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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풀어 AI·의료·금융 등 서비스 산업 ‘윔블던효과’ 나타나게 해야” [청론직설]

◆손성원 美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경제학 교수

지난 50년 제조업으로 성장, 향후 50년 서비스로 재도약을

세계 경제도 서비스 중심 발전, 美·EU는 GDP의 80% 차지

고학력 이민 개방, 런던·실리콘밸리처럼 인재들 몰려들도록

올 성장률 美 1.9%, 中 4.5%, EU·日은 0.5%로 둔화할 것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의 런던, 반도체의 실리콘밸리도 세계 각국의 인재들이 몰려와 윔블던 효과를 일으키며 허브로 발전했다”며 “서비스 규제를 풀기 위해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손성원 교수




고물가·고금리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일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수출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도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서비스 부문이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 경제가 서비스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고학력 이민을 개방하고 규제를 과감히 풀어 인공지능(AI), 의료, 법률, 금융 등 서비스산업에 ‘윔블던 효과’가 나타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윔블던 효과는 영국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외국 선수들이 더 많이 우승하는 것처럼 금융시장 개방으로 외국자본이 대거 유입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손 교수는 “한국 경제가 지난 50년 동안 자동차·선박·반도체 등 제조업 중심의 수출로 성장했지만 향후 50년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서비스산업을 키우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경제 분야 석학으로 고령(80세)에도 미국에서 적극 활동하는 손 교수를 줌(Zoom)을 통해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고령에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 건강관리 비법은 무엇인가.

△나이를 먹을수록 일이 좋은 약이다. 그래서 은퇴하지 않고 계속 일을 하고 있다.

-올해 세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3.1%에서 올해 2.9%로 둔화할 것이다. EU는 높은 에너지 비용과 고금리, 수출 부진으로 성장률이 0.5%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과 영국 모두 경기 침체에 가까워지고 개발도상국들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높은 수준의 부채로부터 벗어나 회복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한국의 성장률은 지난해 1.4%에서 올해 2.0%로 다소 회복될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경제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미국의 성장률은 지난해 2.3%에서 올해 1.9%로 악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물가가 안정되고 금리가 하락하면서 경제가 연착륙하겠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물가와 금리로 고통스러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 영역의 경제 둔화와 부실이 다른 영역의 둔화와 부실로 점차 옮겨가며 전체 경제가 부진해지는 ‘롤링 리세션(Rolling Recession)’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의 신호탄 격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압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선 2025년 만료되는 감세를 연장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미국 경제와 증권시장이 좀 더 좋아지게 된다. 또 정부의 지출 증가를 늦추려 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된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10%포인트의 추가 관세 부과를 원하고 있다. 만일 이 같은 방침이 실행되면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외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려 미국 내에 공장을 많이 지을 수 있다. 하지만 하원은 공화당이, 상원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마음대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올해 중국 경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중국은 성장의 3대 축인 인프라·부동산·수출이 흔들리고 있어 경제에서 좋은 그림이 나오기는 어렵다. 성장률은 지난해 5.3%에서 올해 4.5%로 하락할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중국 무역수지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중국의 산업·기술 발전으로 한국 제품의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경제가 둔화하면 중국의 수출도 둔화한다.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자체의 소비도 좋지 않다. 중국의 기술력이 높아진 것도 한국 제품의 중국 수출을 점점 더 어렵게 할 것이다. 한국은 수출로 경제를 크게 일으켰지만 앞으로는 수출이 쉽지 않다. 내수를 키워야 한다. 미국도 예전에 그랬었고 중국도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닛케이지수가 34년 만에 3만 5000선을 돌파하면서 일부에서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났다는 분석도 나오는데.

△일본 경제는 지난해 상반기에 좋았다. 팬데믹이 끝나면서 외국 관광객이 늘었고 근로자의 임금도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에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올해는 0.5% 성장률에 그칠 것이다. 물가가 최근 좀 올랐지만 지속되지 않고 앞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디플레이션 심리는 한번 생기면 사라지는 데 매우 오래 걸린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할수록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이 어려울 수 있는데.



△한국은 미중 두 나라 모두와 섬세한 춤을 추듯이 잘 지내야 한다. 수출 의존도가 높으니 주요 수출국은 당연히 챙겨야 한다. 그러나 중간재 중심인 한국의 대중 수출은 중국의 수출 부진으로 계속 줄어들 것이다. 안보 문제에서 한국이 미국의 우산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한국이 경제·안보 등 어떤 현안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우선돼야 한다.

-현재 한국에 닥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인구 감소가 가장 큰 문제다. 그다음은 한국 경제가 자동차·반도체·선박 등 제조업 수출에 너무 의존해 해외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는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도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 의료·제약·법률·보험·은행 등의 서비스산업을 적극 키우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 지난 50년 동안 제조업을 통해 크게 성장했지만 앞으로 50년은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의 생산력을 높이기가 훨씬 힘들다. 어떻게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킬지 깊이 연구해야 한다.

-한국도 서비스산업 선진화와 규제 완화를 추진했지만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윔블던 효과’라는 말이 있다.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테니스 대회에 영국 선수들의 우승이 드문 현상을 경제에 비유한 용어다. 흔히 1980년대 영국의 대대적인 금융시장 규제 완화로 영국 증권사 대부분이 외국자본에 넘어갔지만 런던이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부상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세계 각국에서 인재들이 몰려와 경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술 혁신의 상징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거주자 중 절반 이상이 중국·인도·한국인 등 외국인들이다. 와인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주 내파밸리에도 파이낸싱 등 글로벌 클러스터가 발달돼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외국 사람들이 들어와 일하는 게 쉽지 않다. 서비스업에서는 윔블던 효과가 더욱 중요하다. 서비스 규제가 많고, 푸는 게 쉽지 않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굉장히 중요하다.

-인구 절벽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출생률 자체를 높이는 것은 세계적으로 쉽지 않다. 이민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생산성을 높여 저출생의 부작용을 상쇄시켜야 한다. 외부 노동력 유입을 가로막는 사회·정치적인 문제들을 해결해가야 한다. 앞으로는 값싼 제조업 인력보다 서비스업 발전을 위해 고학력 인재들을 많이 유치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를 잘 활용해야 한다. 블루칼라 근로자들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배관공·목수 등이 대졸자보다 훨씬 돈을 많이 받는다. 지난 30~40년 동안 대기업이 잘해 한국 경제가 크게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대만처럼 중소기업을 튼튼하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공적연금 기금의 부실 정도가 심각한데.

△연금 기금을 개혁하려면 서너 가지 방법밖에 없다. 하나는 연금 받는 시점을 늦추는 것이다. 미국의 연금 첫 수령 시기는 64세에 67세로 늦춰졌지만 앞으로 계속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건강해지고 수명도 늘어나 오래 일할 수 있게 돼 빨리 연금을 수령할 필요가 없다. 두 번째는 보험료를 올리는 것이다. 고령화로 일하는 사람은 주는데 연금 받는 사람은 많아지니 어쩔 수 없다. 세 번째는 부자들은 스스로 또는 권유로 연금을 받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네 번째는 칠레처럼 새로운 연금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것이다. 연금 수령 연령 상향, 충분한 보험료 방안 등과 조합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정부 지출 증가를 줄이는 것은 올바른 길이다. 단기적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에 훨씬 좋다. 규제 완화도 잘하고 있지만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은 불필요한 규제들이 너무 많아 경제를 질식시키고 있다. 미국은 법률에 명시된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가졌지만 한국은 나열된 것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을 갖췄다. 작은 정부로 나아가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국은 가계 부채와 기업 부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에 비해 너무 많다.

△대차대조표를 보면 한국의 가계는 부동산담보대출 등 빚이 많지만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굉장히 많아 생각보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기업 부채의 경우 중소기업 부채가 많다. 옥석을 가려 좀비 기업은 정리를 유도하고 좋은 기업은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He is···

1944년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나 광주일고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플로리다주립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MBA를 거쳐 피츠버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백악관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에서 수석이코노미스트까지 맡은 후 미국 웰스파고은행에서 30년간 근무했고 수석부행장까지 역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올해의 경제 전문가’ 순위에서 2006년 1위, 2012년 3위에 올랐다. LA한미은행장도 지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를 거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경제학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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