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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한국어에서 문화예술로 ‘대취타’

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깊은 골로 한 짐생이 내려온다.” 엇모리장단의 경쾌하고 빠른 ‘수궁가’ 한 자락이 신명 나는 춤사위와 함께 펼쳐지니 저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위풍당당한 호랑이의 등장에 눈이 휘둥그레졌을 별주부의 모습이 그려진다. 파격적 홍보 마케팅으로 주목받은 한국관광공사의 홍보 영상에 나오는 ‘조선팝’이다. 익숙한 판소리를 새로운 감각의 대중음악으로 재탄생시킨 참신함이 통했다.

퓨전 국악의 바람은 국외에서도 분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에서 한국의 아카펠라그룹이 아리랑 연곡에 이어 ‘옹헤야’를 불렀다. 아랍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우리 전통음악에 대중음악 요소를 넣었다. 흥을 돋우는 자진모리장단이 현대적인 대중음악적 감성과 맞아떨어져서일까, 아니면 곧 개설될 세종학당에 대한 기대가 보리타작하는 도리깨질의 신바람과 어울려서일까. 청중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초심자들이 낯선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 한 스푼 정도는 필요했으리라. 퓨전의 바람은 전 세계 248개소 세종학당을 강타했다. 문화 전문가를 파견하는 세종문화 아카데미는 물론 문화예술 전공 학생들로 구성된 문화 인턴의 활동 목록에도 자주 등장했다. 매년 개최되는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에서도 퓨전 국악은 인기몰이를 했다.



그런데 전통음악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심상치 않게 깊어지고 있다. 불가리아·콜롬비아·리투아니아·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 등지의 여러 세종학당에서 특별활동으로 전통음악을 원했다.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문화예술 전문가를 만난 카메룬 출신의 프랑스 학생은 판소리를 전공하고, 멕시코 출신 학생은 경기민요를 전공하게 됐다.

세종학당 학습자의 한국 문화예술에 관한 관심이 국악에만 국한될까. 무용과 사진·영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한국어에 반한 라로셸 세종학당의 발레리나는 K팝 댄스에 심취해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어·디자인·춤’이 있는 한국에서, 한국어를 구사하며 무용수로 살아가기 시작했다고 활짝 웃는다.

프랑스 애니메이션 제작사 PD 출신인 영상제작사 대표는 유창한 한국어 덕에 드디어 판소리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다. 이들 문화예술인들의 공통점은 유창한 한국어를 탑재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프리마돈나가 이탈리아어를 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이들에게는 한국어가 그렇다.

한국어를 열심히 가르쳐 온 세종학당이 외국인 학생들의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 해소를 위한 플랫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큰 걸음을 알리는 대취타를 울려 행진을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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