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내 패스트푸드 업계 종사자들의 최저임금이 기존 16달러에서 20달러로 오른다. 주요 패스트푸드 체인들은 인건비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만큼 가뜩이나 비싼 캘리포니아 먹거리 가격이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 정치 성향을 지닌 캘리포니아 내에서도 높은 외식비가 부담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 치폴레가 캘리포니아 내 메뉴 가격을 5~9% 인상한다고 보도했다. 치폴레는 지난 2년간 물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네 차례 올린 바 있다.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들도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잭인더박스는 인건비 감당을 위해 6~8%의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해 10월 실적 발표를 하면서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메뉴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캐서린 포거티 쉐이크쉑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캘리포니아는 가격이 많이 올라야 하는 지역”이라고 언급했다.
캘리포니아는 최저임금 인상에 적극적인 곳이다. 이번에 20달러로 25%나 인상했지만 이것도 업계의 반발에 밀려 당초 인상안인 22달러에서 후퇴했다는 입장이다. WSJ는 “미국 각지의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12~15% 정도”라며 “캘리포니아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올린 주나 지방자치단체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맥도날드 점주 조합은 이번 인상안으로 점포당 인건비 부담이 연간 25만 달러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인건비 상승이 고스란히 물가로 전이된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는 지금도 물가가 높은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단적으로 미국 50개 주의 햄버거 평균 가격은 6.43달러지만 캘리포니아는 7.02달러에 달한다. WSJ는 “캘리포니아는 이미 미국에서 패스트푸드 가격이 가장 비싼 곳 중 하나”라며 “캘리포니아 소비자들은 근로자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지지하지만 외식비를 더 지불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 지역은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많아 인건비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잭인더박스는 전체 2200여 개 점포 중 43%가 캘리포니아에 자리하고 스타벅스도 미국 내 점포 중 20%가 캘리포니아에 있다. 맥도날드와 인앤아웃 등은 캘리포니아가 탄생지다. 현재 캘리포니아 내 패스트푸드와 테이크아웃 레스토랑 근로자는 76만 명을 넘어선다. WSJ는 “캘리포니아는 수십 년간 패스트푸드의 본거지였고 다른 주보다 레스토랑과 바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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