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소름 끼치도록 비슷"…'의료 대란' 우려 속 6년 전 조승우 드라마 재조명 받는 이유

사진=JTBC 드라마 ‘라이프’ 포스터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낸 뒤 병원을 떠나기로 한 시점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의료 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 사태를 예고하는 듯한 내용을 담은 한 드라마가 다시금 관심을 받고 있다.

네티즌들로부터 현 시점의 상황과 흡사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는 드라마는 지난 2018년 JTBC에서 방영한 메디컬 드라마 ‘라이프’다. 배우 조승우가 주연을 맡은 해당 드라마는 의료계의 부조리(폐쇄적이고 명료하지 않은 일처리 문화, 자기 이익을 위한 제 식구 감싸기 등)와 전문경영계의 이윤 추구(자사 독과점, 환자를 소비자로 보는 시각, 의료진에게 반강제 영업행위 등)를 꼬집는 동시에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로서의 본분이 충돌하는 상황을 담았다.

사진=JTBC 드라마 ‘라이프’


네티즌들이 드라마에서 주목을 한 부분은 지방의료원 활성화를 위해 몇몇 필수과를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대목이다. 드라마에서 병원 총괄사장이 병원 수익 극대화를 위해 이 같은 조치를 단행하지만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는 전문의들의 집단 저항에 부딪치게 된다. 극중 조승우가 분한 총괄사장 구승효는 산모 사망 관련 통계를 앞세워 의료진을 설득한다. 구승효는 "강원도에서 아이를 낳으면 중국에서보다 산모가 더 많이 죽는다는 기사 사실입니까?"라고 산부인과장에게 질문한다. 이에 산부인과장은 "사실이고 저희도 매우 안타깝지만, 이 세상 모든 의료문제를 우리 손으로 풀순 없는거 아니냐"며 "사장님이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 갑자기 (사장님더러) 지방을 가라고 하면 갈거냐?"고 따진다. 이에 구승효는 "나라면 남들이 뭐라고 하기 전에 간다. 수도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서울의 2배가 넘는 엄마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의사면서 왜 안가냐?"고 질문한다.

해당 장면에 등장한 통계는 실제 존재하는 자료로 알려졌다. 극중 인용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07~2008년도 기준 강원도는 신생아 10만명 당 산모 사망(모성사망비)이 34.6명으로 전국 평균 2배가 넘었는데, 이는 40명 수준인 중국과 맞먹는 수준이었고 서울(10.8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모성사망비 역시 서울이 5.6명인데 반해 강원도는 24.1명으로 그 차이가 상당히 큰 수준이었다.

이 같은 심각한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불균형이 벌어지는 것은 전공의 등 의료진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이번 의대 정원 확대를 꾀하는 가장 큰 이유도 지방의료공백 심화를 막기 위해서다. 여기에 수가 조정, 보상 확대, 정부 지원을 통해 필수의료에 생긴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다.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필수의료 공백이 ‘절대적인 의사 수’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의사들은 필수의료 공백의 본질적인 문제가 ‘숫자’가 아닌 ‘구조’에 있다고 주장한다. 필수의료를 기피할 수밖에 없는 의료제도를 고치지 않고 의사 배출만 늘리면 효과는커녕 부작용만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한 전국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는 19일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로비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16일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이날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빅5 병원은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을 말한다.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의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한 19일 서울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내 전공의 전용공간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오승현 기자


세브란스병원의 일부 전공의들은 사직서 제출 후 이날 현장을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촌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의국장은 입장문을 통해 "19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3년차 사직서를 일괄적으로 전달하고, 오전 7시부터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수술 규모를 50%로 축소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울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진행되던 전공의 집단사직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대전성모병원(전공의 44명) 전공의들은 이날 사직서를 제출한 뒤 출근하지 않았고, 대전을지대병원(42명)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앞서 지난주 조선대병원 전공의 중 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전북에서는 전북대병원 전공의(189명) 전원이 이날 중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제주 지역에서는 제주대병원(53명)·한라병원(23명)이 사직서를 냈거나 낼 계획이다. 인천에서도 길병원(42명)·인하대병원(64명)·인천성모병원(38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강원·부산·경북 등 지역에서도 사직서 제출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전부터 221개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하고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