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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빚은 드넓은 자연 앞 인간은 한없이 작아졌다

[리뷰 - 영화 '갓랜드']

목회자의 험난한 여정 담아

위선 등 인간의 밑바닥 조명

계몽·식민주의 경계도 함축

영화 '갓랜드'의 한 장면. 사진 제공=엠엔엠인터내셔널




모든 종교가 마찬가지지만 기독교의 본질 역시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고 그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말씀을 전파해야 하는 것이 과거나 현재나 성직자의 본분이다. 하지만 많은 인간은 그 과정에서 자신이 ‘신의 대리자’라고 착각하는 오만을 범하고는 한다.

19세기 후반, 덴마크의 루터교 신부 루카스가 아이슬란드로 떠나 포교에 나선다. 편하게 갈 수 있는 항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이슬란드의 험한 자연을 통과해 가는 길을 택한다. 십자가를 졌던 예수 그리스도처럼, 루카스는 그만의 십자가인 사진기를 짊어지고 여정을 떠난다.

영화 '갓랜드'의 한 장면. 사진 제공=엠엔엠인터내셔널




혹한과 화산, 양 극단의 자연이 존재하는 아이슬란드에서 이방인 루카스는 한없이 작아진다. 자신이 이 땅의 예수 그리스도가 될 줄 알았던 오만한 인간 루카스는, 거대한 대자연이라는 신의 시련 앞에서 인간성을 잃어간다. 아이슬란드어를 하지 못하는 덴마크인 루카스는 아이슬란드인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넘어서 분노까지 느낀다. 무엇이든 가능할 것처럼 생각하며 건방을 떨던 인간의 의지는 신이 주신 광활한 대자연 앞에서 퇴색된다.

우여곡절 끝 목적지에 도착한 루카스는 자신의 오만과 위선에 대한 속죄는커녕 자신을 이곳까지 이끌고 온 아이슬란드인 길잡이 라그나르에 대한 방향이 한없이 잘못된 분노를 표하기에 여념이 없다. ‘신의 공간'이어야 할 교회당에서 루카스는 신과 가장 거리가 멀어진다.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루카스와 그의 주변인에게 대자연은 아무 답도 주지 않는다. 비극적 결말조차도 모두 인간의 선택일 뿐이다.

영화 '갓랜드'의 한 장면. 사진 제공=엠엔엠인터내셔널


영화는 신과 인간의 관계 뿐 아니라 계몽주의와 식민주의에 대한 경계, 소통의 중요성에 대한 메시지도 함의하고 있다. 1.33대 1의 화면비, 둥글게 깎여진 화면 모서리는 이 영화가 과거 시점의 가상의 일임과 동시에 사진기 속 프레임의 사건임을 암시하지만, 영화의 메시지는 오히려 현대 사회에 주는 의미가 크다. 2022년 칸 영화제에 출품됐고, 시카고영화제 골드 휴고상(장편상)을 받았다. 28일 개봉. 1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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