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업무 거부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어 우려된다. 정부가 제시한 복귀 기한인 29일까지도 대다수 전공의들은 복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정부는 미복귀자에 대해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과 의료법 위반 고발 등 ‘원칙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부 복귀 사례들이 나오면서 3·1절 연휴 기간에 추가로 병원으로 돌아오는 전공의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의료 공백의 현실화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임산부가 수술을 거부당해 유산했고 투석 치료 과정에서 응급수술이 지연돼 환자가 사망했다는 피해 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에 환자부터 지켜야 한다는 선배 의사들의 충고가 이어지고 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등은 전공의들에게 보낸 호소문을 통해 “중증·응급 환자와 희소 난치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제 여러분이 있어야 할 환자 곁으로 돌아와달라”고 했다.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파업을 주도했던 선배 의사들도 “일단 병원으로 복귀해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만들어 정부와 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 눈높이에서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김정은 서울대 의과대학 학장의 졸업식 축사에 국민의 공감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반면 3월 3일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겠다는 대한의사협회의 협박은 후배들을 극한 행동으로 내모는 무책임한 행태다.
의사들은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하여 고려할 것’이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전공의들은 이제라도 집단행동을 접고 병원으로 복귀해 한시가 급한 환자들부터 돌봐야 할 것이다. 그런 뒤에 의대 증원의 적정 규모나 붕괴 위기에 몰린 필수·지역 의료 정상화 방안을 놓고 정부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는 국립대병원의 의대 교수 정원을 2027년까지 1000명 늘리고 의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성의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전공의들도 대화 테이블에 앉아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만약 전공의들이 끝까지 기득권에 집착해 환자를 외면한다면 엄정한 법 집행으로 의료 시스템의 왜곡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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