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인터뷰] 20년 수제 태극기 장인 “국기 사랑은 나라사랑… 힘들어도 애정 있어”

2001년부터 21년간 손수 태극기 만들어

중국산 제품에 가격경쟁 밀려 위기 맞아

인건비 감당 못해 직원 없이 아내와 사업

"아직 질 좋은 태극기 찾는 사람 남아있어"





경기도 남양주시의 50평 남짓한 한 허름한 건물. 이곳에서 매년 탄생한 수만 개의 수제 태극기들은 전국 각지의 가정으로 배달돼 삼일절이나 광복절 등 우리나라 국경일을 빛내고 있다.

2024년 3월 1일, 삼일절 105주년을 맞이해 서울경제신문이 나라사랑은 곧 국기 사랑”이라며 20년째 손수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정성 들여 태극기를 만들어 온 양동열 완창국기사 대표를 만났다.

그가 처음 태극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 대표가 서울 면목동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할 당시는 한창 중국산 저품질 태극기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우리나라로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였다.

양 대표는 “중국산 제품은 발수 처리도 잘 되지 않아 비나 눈이 오면 변색되는 등 훼손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우리나라의 얼굴인 태극기가 튼튼하게 자리를 지켰으면 하는 마음에서 태극기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태극기를 국기법에 의거해 규격에 맞게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제작하고, 국기봉 또한 튼튼한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 내구성을 높였다. 구매자들의 만족도도 덩달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에서 상대적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가정에서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사례는 갈수록 줄어든데다, 태극기가 각종 집회나 시위에 사용되면서 저렴한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직원까지 고용해 1년에 20만 개 이상의 태극기를 만들어 왔다”라며 “그러나 현재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직원들도 모두 나가고, 아내와 단 둘이 제조사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관공서 차원에서도 국내 업체를 통해 태극기를 구매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현재는 줄어들었다고도 했다. 과거 동사무소(현 행정복지센터)나 구청 차원에서 전입 신고나 혼인 신고를 하는 인원에 대해 태극기를 지급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러한 관행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 태극기 제조업체들은 하나 둘 고사하기 시작했다. 국내 업체들은 과거 수십 곳에 달했지만, 현재는 열 곳 내외의 업체만 태극기 제조 사업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태극기가 특정 정치 단체의 집회나 시위에 이용된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일명 ‘태극기 부대’라고 불리던 보수 단체들의 지속적인 시위로 인해 태극기가 특정 정치적 성향을 띠고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2022년 ‘한국리서치’가 국민들의 태극기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태극기 집회 이후 태극기에 대한 이미지에 변화가 있나’는 질문에 35%가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비단 보수 단체의 일은 아니다. 2019년 반일 불매 운동이 유행하던 시기에도 태극기가 집회에 사용돼 일부 보수 단체가 ‘태극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양 대표는 “15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2016년에서 2019년 사이에 가장 많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당시 태극기 판매량이 대폭 늘어났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 중국산 태극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양 대표는 수제 태극기 제조업을 그만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그만두고 싶어도 아직까지 질 좋은 태극기를 찾는 사람들이 남아있어 이 일을 포기할 수 없다”며 “젊은 사람들 중 누가 이 일을 하고 싶어하겠나.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국민을 상대로 태극기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해야 한다는 바람도 밝혔다. 그는 “과거 학교에서는 태극기 그리기 수업은 물론, 직접 태극기를 만들어 국기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많이 진행을 했었다”라며 “국기를 보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한 번 더 되새기는 국민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