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높게 매달린 과일(high-hanging fruit)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수반된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며 “알을 깨는 고통이 수반된다는 각오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5일 한은에서 열린 ‘한은-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정년 연장, 외국 인력 확대 등으로 노동력 확충에 서둘러 1%대 추락을 목전에 앞둔 잠재성장률(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이 총재는 “우리 사회가 아직 이런 공감대를 정책화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하반기로 예정된 잠재성장률 발표를 앞두고 이 총재가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부쩍 강조하는 모습이다. 구조 개혁이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핵심 수단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기자 간담회에서 “고령화를 잘못 다루게 되면 잠재성장률이 음의 숫자로 갈 가능성도 있다”며 “앞으로 어떤 정책을 하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잠재성장률은 2%로 추정된다. 지난달 6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확대 거시정책협의회’도 물가 경로 등 현안 논의가 아닌 노동력 확충과 저출생 극복, 수도권 집중 완화 등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큰 틀의 논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앞으로 공개될 한은 연구 보고서도 구조 개혁 논의에 동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기후변화와 수도권 집중 현상이 산업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살펴볼 예정”이라며 “구조 개혁 방향이 통화정책 운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내부에서도 관심이 많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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