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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치 허무' 조장할 현역 돌려막기





출근 길 직장인들이 몰려 분주한 지하철 역사 내에 한 총선 예비 후보가 ‘엉성한 피켓’을 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름과 선거 구호는 있는데 출마 지역구를 알려야 할 자리에는 흰색 테이프가 붙어 있다. 어디에 출사표를 던지겠다는 건지 알 수 없는 후보의 선거 운동, 이는 ‘현역 의원 돌려막기’라는 공천 전략이 만들어낸 웃지 못할 장면이다.

4·10 총선을 앞두고 연고도 없는 지역구에 ‘깜짝 등판’하는 현역 의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물갈이 대상이 된 이들은 ‘컷오프(공천배제)냐, 험지 출마냐’란 갈림길에서 당이 찍어준 지역구로 떠밀려 낙천만은 면하는 길을 택했다. 총선의 전체 판세를 고려하는 당 지도부 입장에선 승리를 위한 전략이겠지만, 한편으론 공천 잡음만 의식한 명분 없는 ‘기계적 쇄신’이라는 인식을 지울 수 없다.



유권자들이 관심을 보일 공약은 공감을 바탕으로 한다. 금뱃지를 원한다면 수년 간 지역구의 골목과 학교, 아파트, 빌라촌 등 현장을 누비며 눈과 귀로 보고 들어야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장 경험과 고민이 꾹꾹 눌러 쌓일때 좋은 공약은 탄생한다. 구의원, 시의원을 붙잡고 ‘속성 과외’를 한다고 해결할 수 없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다. 성실히 간극을 메우기는커녕 새 홍보물을 만들 새도 없으니 기존 선거 피켓에 적힌 지역구를 가려놓고 ‘벼락치기 유세’에 몰두하는 것이 ‘순간 이동'한 후보들이 감내할 현실이다.

하루 아침에 ‘지역구 의원’이 사라진 유권자들의 피해와 허탈함도 오죽할까. 21대 국회가 아직 문을 닫기도 전인데 다른 지역에 가서 “한 표 달라”고 호소하는 의원도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님을 잘 알 것이다. 오죽하면 “한 달 전에만 공천됐어도 지역민들에게 석고대죄라도 하고 나왔을 텐데…”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장기판 바라보듯 '내리꽂은’ 공천은 관계자 모두에게 ‘졸(卒)이 됐다’는 허무함만 줄 뿐이다. 인연이 없는 지역구로 밀려난 후보, 선택권도 없이 지역구 의원을 빼앗긴 주민, 생뚱맞은 후보를 맞이한 유권자 모두가 그렇다. 선거는 게임이 아니다. 장기는 한판 이기고, 지는 것으로 끝나지만 선거는 앞으로도 계속되고 유권자는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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