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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자금 회수에 강남 오피스 땅도 공매…황금 알 낳는 부지도 '찬밥'

[돈줄 마르는 PF개발]

서울 알짜 사업장도 좌초

브리지론 금리 최대 12% 달해

착공 준비 마친 오피스 부지도

투자자 못구해 끝내 사업 접어

금융권, 대출 보수적으로 승인

건설업계 자금난 더 심화 우려

공감플러스(신사역역세권복합개발PFV)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진행하던 신사역역세권복합개발 부지가 17일 공터로 남겨져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도심 곳곳 개발사업의 자금줄이 쪼그라들고 있다. 과거 '황금 알을 낳는 사업'으로 여겨지며 잇따라 투자자들이 몰려들던 알짜 부지조차 경·공매로 내몰리는 등 개발사업 전체가 고사 위기에 빠졌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A시행사가 오피스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강남구 역삼동 부지는 이달 초 공매에 부쳐졌다. 브리지론 총액은 약 1700억 원으로 만기 연장이 불발돼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시행사는 11일 브리지론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PF 대주단협의회를 소집해 출자전환 등 사업구조 전환을 제시하고 나섰다. 그러나 자금 회수를 희망하는 일부 투자자와 여전히 이견이 큰 상태라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우량 투자처로 여겨지던 강남권 오피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내몰린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강남지역은 오피스 공실률이 '제로'에 가까워 준공 이후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던 만큼 이제까지 부동산 불황에서도 웬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이었다.

알짜 부지가 공매에 내몰린 큰 원인은 높은 땅값과 불어난 금융비용으로 사업성이 악화된 것이다. 과거 시행사들이 부동산 경기 활황에 힘입어 천정부지로 가격이 오른 토지를 매입한 여파다. 매입 자금 대부분은 금융권을 대상으로 브리지론을 일으켜 마련했다. 당시만 해도 사업 부지만 확보하면 개발 사업에 돈을 대겠다는 투자자는 줄을 섰다.

그러나 2019년 이후 인건비, 자잿값 상승 등 여파로 공사비용이 치솟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준금리가 오르며 브리지론 금융비용이 불어나자 개발 사업의 수익성도 깎이기 시작했다. 부동산 경기가 고꾸라지자 그간 완판을 기록하던 오피스텔 등 아파트 대체 상품들도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 자금 회수가 어려운 사업장에 PF대출을 해줄 투자자는 없었다.

A시행사 역시 이같은 시장 상황에 맞춰 오피스텔로 인허가를 받았던 부지를 오피스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며 기존 브리지론 대주단과 마찰이 빚어졌다. A시행사가 15곳의 대주단을 대상으로 조달한 브리지론 금리는 7%에서 최대 12%에 이른다(2022년 말 기준). 이자만 매달 12억 원이 넘는 수준이다. 부동산 금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행사가 일부 출자 전환을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면 충분히 정상화될 수 있는 곳인데 진행 중인 다른 사업장도 많아 출자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며 "강남 오피스 물건 자체는 비교적 안정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자산운용사 등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A시행사는 빠른 시일 내 대주단과 협의해 출자 규모를 협의하고 사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공감플러스(신사역역세권복합개발PFV)가 시행하는 신사역 3번 출구 인근 2976㎡ 규모 토지도 최근 공개매각을 진행했다. 시행사가 2021년 토지 매입을 위해 조달한 브리지론 만기가 가까워지면서 사업을 이어가는 대신 자금 회수를 선택한 것이다.

이 곳 역시 2022년 이후 당초 오피스텔로 계획했던 일부 부지를 오피스로 변경해 인허가를 받았다.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인허가를 받아 오피스 등 업무시설을 최대 바닥면적 3000㎡까지 지을 수 있다. 2023년 4월 강남구청으로부터 조건부 심의 의결을 받으면서 착공 준비를 마쳤으나 PF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사업이 좌초됐다. 그 사이 브리지론도 네 차례나 만기를 연장하면서 사업성도 크게 악화됐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상가 물건보다는 오피스가 끼어 있는 물건이 미분양 등 변수가 적어 자금을 조달하기가 그나마 낫다"면서도 "그러나 금융비용과 공사비가 너무 오른 만큼 오피스 물건 중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일부에만 자금을 대고 나머지는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개발 사업에 돈줄을 대는 금융사들의 연체율은 역대 최고치다. 특히 높은 이자를 노리고 손실 가능성이 큰 중·후순위에 주로 투자한 증권과 캐피탈,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캐피탈사들의 부동산PF 연체 잔액은 1조 1000억 원이었다. 뒤이어 증권(8730억 원), 저축은행(5000억 원) 순으로 많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중앙회 등을 통해 부동산 PF대출에 대한 회수예상가액을 다시 평가해 충당금을 더 쌓거나 부실 사업장 정리를 신속하게 하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충당금을 쌓는 것보다 경·공매를 통해 사업장을 정리하는 것이 연체율 관리에 효과적"이라며 "특히 착공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브리지론만 여러 번 연장돼 사업성이 악화된 곳들이 1순위"라고 전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수익성이 어느 정도 담보된 오피스 개발사업마저 PF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만큼 현재 자금 시장 경색이 심각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회사 CBRE에 따르면 강남권 오피스 시장의 지난해 4분기 공실률은 0.7%로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실질임대료 역시 전년 대비 15% 오른 ㎡당 월 3만 5882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하는 추세다.

실물자산의 거래가격도 부동산 경기가 꺾인 지금 나홀로 상승세다. 지난해 거래된 삼성동 위워크빌딩은 직전 거래(2020년, 780억 원) 대비 22% 오른 950억 원에 팔렸다. 역삼동 케이지 타워 역시 2018년 946억 원에서 2023년 1236억 원으로 31% 상승 거래됐다. 또다른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사 원가가 올라 이미 개발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PF 자금줄까지 말라버리면 향후 부동산 공급이 회복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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