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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저출생, 결국 직장의 문제다

양종곤 사회부 차장





“제가 일하면 되죠. 어서 퇴근해요.”

고용노동부가 직장에서 어린 자녀를 키우는 동료에게 이런 말을 건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방안을 꺼냈다. 육아를 위해 조금 일찍 퇴근한 동료(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업무를 나눈 직원에게 정부가 월 20만 원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숙제인 저출생에 대한 여러 질문을 던진다. 결론 중 하나는 저출생의 답은 결국 ‘직장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자녀와의 시간’이다. 이 시간은 바쁜 일상 속에 잃어버리기 쉽다. 그리고 한 번 놓쳐버리면 삶 전체의 후회로 남을 만큼 소중하다.

하지만 직장은 자녀와의 시간을 마음껏 허락하지 않는다. 최근 고용부가 연 근무 혁신 기업 간담회에서 한 직원은 전에 다니던 직장을 이렇게 떠올렸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제 알람은 오전 8시, 8시 5분, 8시 10분마다 울리도록 맞춰놓았어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출근해야 하니 마지막 알람이 울리면 전 ‘폭발’하는 거죠. 아이가 ‘엄마, 우리 학교 가는 알람이 울려요’라고 할 때 너무 미안했어요.” 이 직원이 현재 다니고 있는 기업은 오전 11시까지만 출근하면 된다. 엄마는 이제서야 아이와의 아침 시간을 되찾았다.



대다수의 직장인은 이 직원처럼 자녀를 잘 돌보고 직장에서 일도 잘하는 균형을 맞추기 힘들다. 일과 자녀는 결국 양자택일의 문제여서 워킹맘은 엄마를 택하고 ‘자신’을 포기한다. 우리나라가 저출생의 원인으로 지목된 경력단절여성이 가장 많은 국가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신의 일이 중요해 결혼을 늦추거나 단념하는 여성까지 빠르게 늘고 있다. 직장 문화와 체계를 바꾸지 않는 한 이 상황의 해결은 요원하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가정은 결코 많은 시간을 직장에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보면 직장인이 원하는 시간을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이 제도는 하루 4시간 단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절반인 2시간 활용이 가장 많다고 한다. 시간의 크기 문제가 아니었다. 오전에 아이를 어린이집과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후에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줄 저녁을 조금 일찍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원한 것이다.

출산이 동료에게 미안한 일이 돼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내가 자란 과정에서 부모의 삶이 얼마나 고됐는지 안다. 아이를 낳은 동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렇게 사내 문화를 바꾸자. 정부가 돈을 주고서라도 동료의 이해를 구해야 할 정도로 각박한 사회를 자녀에게 다시 물려줄 수는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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