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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과 나누는 마을 이야기 너무 재미 있어요”

■‘26세 전국 최연소’ 김유솔 전남 완도 용암리 이장

디자이너 꿈 펼치려 고3때 상경

‘죽어도 서울서 죽자’ 다짐 불구

멋진 바다·주민 친절함에 반해

사진관 운영하며 3년째 이장직

시골서도 잘사는 젊은이 되고파





“시골이 너무 싫어 고향을 떠났는데 결국 다시 돌아왔습니다. 어르신들과 함께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 좋고 재미있어요. 전국 최연소 마을 이장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이기는 하지만 제가 마을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전남 완도군 완도읍 용암리의 김유솔(사진) 이장은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연소 이장으로 주목받는 것보다 일을 잘해서 주목받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이장은 올해 26세로 전국의 이장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완도에서 태어난 김 이장은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14년 취업을 위해 서울로 향했다. 그의 꿈은 편집 디자이너로 성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상경한 지 1년 만에 편집 디자인 회사에 취업했다.

“완도에서는 디자인을 배울 수 있는 곳도 없고, 디자이너로 일을 할 만한 곳도 없어요. 그냥 시골인 완도는 제 꿈을 펼칠 수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좁고 답답한 완도가 싫었고 고3 때 무작정 서울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각오했죠. ‘죽어도 서울에서 죽는다’고.”

부푼 기대와 희망을 갖고 서울 생활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고 한다. 직장 생활, 사회생활이라는 팍팍한 현실을 마주하다 보니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는 것보다 그저 월급을 많이 주는 회사를 다니는 게 최고라고 느꼈다고 했다.

김 이장은 “직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좋았지만 열정만 갖고는 최고의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서울 회사에서 일하면서 가끔 회의감도 들었고 무엇보다 내 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것은 완도를 여행객의 입장에서 방문하면서다. 김 이장은 완도가 싫어서 떠났지만 서울 직장 동료 중 완도를 가본 사람들은 좋은 여행지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김 이장은 “완도가 좋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느 날은 완도를 집 방문이 아닌 여행으로 가봤다”며 “그리고 내가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멋있는 바다와 복잡하지 않은 거리, 사람들의 친절함이 와 닿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동안 내가 완도를 정말 싫어했었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고, 새로운 눈으로 고향을 보게 되니 다시 오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며 “이에 5년 동안의 서울 생활을 마무리 하고 2019년에 완도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김유솔(왼쪽) 이장이 마을 주민들과 동네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있다.


현재 그는 완도에서 이장 일을 하면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 사진관을 차렸을 때 동네에서는 젊은 여자가 하는 사진관으로 이름이 알려졌고, 요즘에는 전국에서 제일 어린 이장으로 유명해졌다.

올해로 그가 이장을 맡은 지 3년째가 된다. 이장 임기는 1년인데 마을 주민들의 지지로 3년째 연임하고 있다. 이장 첫해에는 뭘 해야 할지 몰라 많은 일을 못했다는 그는 올해 우선적인 목표를 동네의 빈집 정리에 두고 있다.

김 이장은 “현재 용암리에 등록된 가구 수는 80세대, 주민등록 인구는 128명인데 실제로는 50여 명이 살고 있다”며 “동네에 관리가 안 되는 빈집이 많은데 이런 빈집들이 흉가의 느낌을 줘 동네 어딘가는 침울한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완도군·완도읍과 빈집 처리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집주인과 협의해 빈집들을 빨리 철거할 수 있도록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다시 서울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 완도 생활이 너무 좋고 만족스러워 서울로 갈 이유와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특히 마을 발전을 위해서 일하는 게 뿌듯하고 보람된다”고 말했다.

지방의 젊은 층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 등 수도권으로 몰리고 시골에서는 청년들을 보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김 이장은 시골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청년들도 시골에서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는 완도로 다시 와서 사진관도 운영하고 이장도 할 수 있게 됐는데 무엇보다 자존감을 되찾았습니다. 특히 주민들과 이해타산 없이 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은 시골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청년들의 미래가 반드시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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