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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는 끝 아닌 시작…우리 보면 알 수 있죠

1988년생 이보미 최나연 김하늘

황금라인의 슬기로운 은퇴 후 생활

모자에 붙은 스폰서 로고를 만지는 이보미.




축구, 야구 등 종목의 선수는 전성기가 짧다. 일단 서른이 넘으면 급격하게 마음이 바빠진다. 후배들은 막 치고 올라오고 은퇴를 앞둔 선배들을 보면 더 막막하다. 감독이나 코치 자리를 놓고 물밑 경쟁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칭스태프나 방송 해설위원 등의 자리를 따내지 못하면 아예 다른 길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평생 운동’이라는 골프는 사정이 좀 다르다. ‘급’이 되는 선수라면 프로 투어 은퇴와 관계없이 여전히 골프판에서 불러주는 곳이 많다. 나이가 들어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게 골프인 것처럼 많은 선수들이 은퇴 후에도 바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1988년생 용띠 황금세대 선수들의 은퇴 뒤 활동은 현역 못지않게 활발하다. ‘보미짱’ 이보미, ‘스윙 교과서’ 최나연, ‘스마일 퀸’ 김하늘의 일상을 살짝 들여다봤다.

이보미가 한국엡손과 스폰서십 협약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폰서만 7개…바쁘다 바빠

“으악, 이렇게까지 준비해주실 줄이야. 적응 안 되는데요?”

3월의 어느 날 스폰서십 협약식을 위해 서울 강남의 한국엡손 사무실을 방문한 이보미는 후원사에서 준비한 장치와 장식물을 보고는 얼굴이 빨개졌다.

이보미는 지난해 10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대회를 끝으로 필드를 떠났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영구 시드를 갖고 있어 완전한 은퇴는 아니지만 ‘사실상 은퇴’라는 표현에 이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은퇴 선수인데 스폰서가 7개나 된다. 오랜 용품 후원사인 혼마골프와는 올해도 함께하고 일본 노부타그룹의 마스터즈GC 로고도 여전히 모자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오른쪽 가슴과 왼팔에는 SK텔레콤, 오른팔에는 버젯렌터카 로고가 자리 잡았다. 의류와 신발은 마크앤로나. 최근 거리측정기 알투지와 전속 모델 계약도 한 이보미는 제품 홍보 차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 요코하마 골프용품쇼를 찾기도 했다.

‘EPSON’은 모자챙 오른쪽과 상의 왼쪽 깃에 새롭게 들어간다. 한국엡손 관계자는 “회사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2부인 엡손 투어를 후원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여성 골퍼의 성장을 지원하는 차원으로 선수 후원에 나서게 됐다”며 “그동안 한국과 일본에서 뛰어난 실력과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준 이보미 선수가 적격이라고 판단했다. 엡손이 골프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 많은데 이보미 선수 후원을 계기로 LPGA 후원이라든가 스크린골프 프로젝터 사업 등으로 회사가 골프와 가깝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젝시오 행사에 함께 참석한 김하늘(왼쪽)과 최나연.


“저도 이 제품 쓰는데요”

이보미는 자신이 모델인 거리측정기에 대해 “어느 위치에 있든 삼각으로 측정을 하기 때문에 볼이 있는 위치까지 가서 거리를 찍어볼 필요가 없다. 미리 거리를 확인하고 카트에서 클럽 하나를 뽑아가서 치면 되기 때문에 편하다”고 설명했다. “선수 시절엔 크게 필요 없는 기능이었지만 이젠 저도 카트 타고 라운드 하니까 아주 요긴한 기능이에요.”

기업들, 특히 골프용품 회사들이 인지도 높은 은퇴 선수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신뢰’다. ‘나도 써봤는데 좋더라’는 식의 반응에 골퍼들은 확신을 갖고 지갑을 열더라는 설명이다. ‘신분’의 변화가 오히려 신뢰를 높이는 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얼마 전까진 밥 먹듯 꼬박꼬박 라운드하는 투어 프로였지만 이제는 라운드 횟수만 보면 주말 골퍼 수준인 셈. 한층 더 친근한 위치에서 전하는 설명과 권유는 귀에 쏙쏙 박히기 마련이다.

최나연은 쇼핑라이브 방송(라방)에도 출연한다. 올 뉴 젝시오 라방에서 1시간 동안 신제품 클럽을 소개하고 스크린 시뮬레이터로 직접 시타까지 했는데 샷 한 번 할 때마다 반응이 뜨거웠다. ‘소리부터 다르다’ ‘타구음 대박’ ‘진짜 똑바로 가네요’ ‘관용성에 반했음’ 등의 감탄과 함께 클럽의 실시간 판매도 쭉쭉 올라갔다. 젝시오 관계자는 “수천 명 정도를 생각하고 진행했는데 수만 명이 접속해서 놀랐다. 판매로도 즉각적으로 연결돼서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골프 그립 브랜드 램킨의 국내 론칭쇼도 빛냈다. 정장 차림으로 단상에 올라 직접 써본 느낌을 아마추어 골퍼들의 눈높이에서 전하고 골프 그립 바르게 잡는 법에 대한 ‘강의’까지 맡아 호응을 얻었다. “램킨 본사에 가서 여러 종의 그립을 일일이 테스트해봤다”는 최나연은 “선수들은 감각적인 부분을 특히 중요하게 여기기에 그립의 형태나 사이즈를 잘 안 바꾸지만 램킨은 워낙 종류가 많고 재질도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면서 “손의 감각이 예민하신 분들은 꼭 한 번 테스트하길 추천한다. 손의 모양과 크기가 다 다른 법이니까 내 손 모양 안에 들어가는 그립 사이즈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최나연


김하늘


남매가 간다

얼마 전 FJ(풋조이)의 신제품 골프화 행사에 초대돼 특유의 환한 미소로 행사장을 밝혔던 김하늘은 3월 TV CF 촬영을 마쳤고 이달부터는 종합편성채널의 신규 골프예능 방송 촬영에 들어간다.



의류(FJ)와 용품(젝시오)을 고정적으로 후원 받는 김하늘은 어떤 날은 투어 선수 때보다도 더 일찍 일어난다. 새벽 5시 기상해 6시부터 헤어, 메이크업을 받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계속 촬영이다. 방송, 유튜브, 프로필 촬영에 후원사 행사도 꾸준히 있다.

은퇴 후 여섯 살 터울 남동생과 방송 촬영 등을 함께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프로 김대원이다. KLPGA 투어 유효주의 스윙 코치로 그의 첫 우승을 도왔던 김대원은 누나 김하늘의 은퇴 경기에 캐디로 나서기도 했다.

김하늘은 “동생이 저보다 레슨 경력이 많아서 레슨 관련 콘텐츠를 찍거나 방송 촬영을 할 때 자문을 많이 구하고 있다. 투어 뛸 때 동생이 레슨을 해주고 스윙 체크도 자주 해줬기에 동생 레슨에 신뢰가 있다”며 “그 부분을 저도 배우기 위해 현역 때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동생도 같은 골프 선수이다 보니 서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최나연은 오빠와 일한다. 오빠 최창환씨가 세운 매니지먼트사와 1월에 전속 계약을 했다. 최나연은 “아무래도 편하고 믿음이 더 간다”고 했다.

“일본은 은퇴 후 스폰서십 유지가 90%”

은퇴한 황금세대 선수들은 계약금이 있는 후원 계약의 경우 웬만한 현역 KLPGA 투어 선수와 비슷한 수준의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미는 “당장 ‘로고 없는 선수’가 될 거란 생각에 외롭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좋은 계약도 하게 되고 올해 여러모로 기대가 된다. 은퇴 선수로서 이제 시작인데 시작이 정말 좋은 것 같다”고 했다.

현역 시절 쌓은 성적과 인지도, 이미지 덕분이겠지만 그들 스스로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은퇴 후에도 불러주는 곳이 많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라고 물었다. 이보미는 “이유는 정말 잘 모르겠고 주변에 좋은 분들이 계신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자세를 낮췄다. 일본 투어는 은퇴 선수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이보미는 “은퇴와 동시에 무 잘리듯 후원이 끊기진 않는다. 은퇴 후로도 당분간 관계가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90%”라고 전했다.

최나연은 “선수 출신이다 보니 장비 부분에 있어서는 그래도 잘 아는 편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고 설명도 잘할 거라 믿고 불러주시는 것 같다”며 “단발성 계약까지 포함하면 은퇴 후 4~5곳의 일을 하고 있다. 다만 이런 현상이 계속될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 열심히 해야 한다”며 웃었다.

김하늘은 골프라는 종목의 특수성에 대해 얘기했다. “다른 종목보다 길이 많은 것 같아요. 스윙 코치가 아니라도 방송과 유튜브가 있고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요. 골프 붐이 꺾였단 말도 있지만 넓게 보면 쇠퇴하는 산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활성화되고 있고 더 활성화될 여지가 많은 산업이라 다양한 곳의 많은 분들이 아직 저희 세대 선수들을 사랑해주는 듯해요.”

한 번 팬은 영원한 팬

팬클럽도 현역 때처럼 멀쩡히 잘 굴러간다. 김하늘은 “KLPGA 2부 투어 뛸 때 팬클럽이 처음 생겼는데 그때 회장님이 지금도 회장님”이라고 소개했다. “열아홉 살부터였으니 18년 정도 됐어요. 국내 팬클럽이 일본 쪽 팬클럽과도 교류하고 있어서 다같이 1년에 한 번씩 라운드 하는 모임을 계획 중이에요. 저도 일정만 맞으면 당연히 같이 쳐야죠.”

이보미 역시 일본에서도 여전히 사랑 받고 있다. 일본 쪽에서 방송 출연이나 프로암 등의 요청이 꽤 많아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서 어린이 대상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생각 중이라고.

KLPGA 투어 현역 후배들과 함께한 3인방. 지난해 봄 은퇴한 윤채영(앞줄 왼쪽 두 번째)도 보인다.


세 사람 다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가진 유튜버이기도 하다. 현재는 구독자 34만의 ‘나연이즈백’을 운영하는 최나연이 가장 부지런한 편. 최근에는 박현경, 이소미, 황유민 등 까마득한 후배들과 속 깊은 인터뷰 시리즈를 업로드해 더 사랑 받고 있다. “요즘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은 게 첫 번째였고 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들어보고 싶기도 해서 기획했다”는 설명이다.

김하늘도 색다르게 해보고 싶은 게 많다. 골프 외 다른 스포츠에 도전하는 콘텐츠를 계획하고 있다. 현역 땐 해보고 싶어도 다치거나 골프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 도전하지 못했다고. 또 하나, 춤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다음 팬 미팅 땐 유명 아이돌 그룹의 댄스 커버를 보여드릴 거예요.”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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