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에버랜드에 오려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해야 했어요. 하지만 푸바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고 싶어서 왔어요.”
3일 오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자이언트판다 ‘푸바오’가 그려진 우산을 들고 우비를 입은 팬들이 푸바오가 탄 무진동 특수차량이 모습을 드러내자 훌쩍이기 시작했다. 전날 갑작스럽게 모친상을 당한 강철원 사육사를 향해 “힘내세요” 외침도 터져 나왔다.
1354일 동안 수많은 한국인에게 행복을 전해준 푸바오가 이날 중국으로 떠났다. 눈가가 붉어진 푸바오 팬들은 잊지 않겠다고 외치며 마지막을 함께했다. 에버랜드 입장 시간인 오전 10시가 되기 전부터 정문 앞에는 푸바오 인형·가방·담요 등을 든 팬들로 가득 찼다. 에버랜드 측은 “푸바오를 배웅하기 위해 6000여 명이 에버랜드를 방문했다”며 “새벽 4시부터 기다린 방문객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에버랜드에서 진행된 배웅 행사에서 팬들은 푸바오를 직접 볼 수는 없었다. 대신 푸바오 사진이 박힌 무진동 특수차량이 판다월드를 출발해 장미원에 도착할 때까지 차량을 따라가며 손을 흔들었다. 광주광역시에서 올라왔다는 한 시민은 “푸바오를 보기 위해 하루 전에 미리 올라왔다”며 “중국에서도 사육사들이 푸바오 안마도 해주시고 잘 키워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푸바오 할아버지’로 불리는 강 사육사는 푸바오가 낯선 환경에서도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에버랜드 출발부터 중국 도착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하기로 했다. 그는 전날 갑작스러운 모친상으로 상심이 큰 상황에서도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예정대로 푸바오의 중국행에 동행하기로 했다. 강 사육사는 푸바오가 에버랜드의 정문을 떠나기 직전 방문객들에게 “엄마와 아빠, 동생들도 잘 돌볼 테니 너도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해다오. 너는 10년이 지나도, 100년이 지나도 할아버지의 영원한 아기 판다야. 할아버지에게 와줘서 고맙고 감사하구나”라며 푸바오를 향한 편지를 읽었다.
푸바오는 2020년 7월 처음으로 국내에서 자연 번식해 태어났다. 올해 3월 대중에게 마지막으로 공개되기까지 1155일간 에버랜드 판다월드를 찾은 방문객은 총 550만 명에 이른다. 국민 10명 중 한 명이 푸바오를 만난 셈이다. 지난해 판다월드 방문자는 푸바오가 등장하기 전에 비해 2배가량 뛰었다. 푸바오 굿즈만 해도 400여 종이 330만여 개나 팔렸다.
푸바오가 국민적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19 시기 푸바오와 사육사의 끈끈한 관계를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행복을 느꼈기 때문이다. 팬데믹 시기 사회적 단절로 불안·외로움·우울 등을 겪는 사람들에게 푸바오와 사육사의 관계는 ‘힐링’이었다. 이는 유튜브 조회 수에서도 엿볼 수 있다. 푸바오가 사육사 다리에 매달린 영상의 조회 수는 1600만 회, 강 사육사와 팔짱을 끼고 휴대폰을 보는 영상은 2400만 회를 기록했다. 실제로 이날 에버랜드에서 만난 김 모 씨는 “2020년 반려견까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한창 슬펐는데 푸바오 영상을 보면서 슬픔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전 국민이 영상을 통해 엄마 아이바오가 푸바오를 출산하는 과정, 푸바오의 성장 과정을 모두 지켜보면서 판다 가족에 대한 공감을 쉽게 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푸바오는 전세기를 타고 쓰촨성 자이언트판다보전연구센터 워룽 선수핑 기지로 이동한다. 국제 협약에 따라 모든 판다는 번식기인 만 4세가 되기 전 중국으로 보내진다. 푸바오는 당장 짝짓기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버랜드는 중국 CCTV를 통해 푸바오의 중국 내 생활 모습을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전할 계획이다.
송영관 사육사는 “중국에 가면 대나무 먹이의 종류가 더 다양하고, 전문가도 훨씬 더 경험이 풍부하고 노하우를 많이 갖고 있어 푸바오의 특성과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해줄 것”이라며 “중국에서는 이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푸바오는 행복한 길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jikim@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