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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ESG 공시, 기업 자율에 맡겨야

설윤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美SEC '공시' 완화등 속도조절

韓 의무화 추진, 세계 추세 어긋나

'또 다른' 기업 규제 돼선 안돼

설윤 경북대 교수




환경·사회·지배구조(ESG)는 2004년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와 금융기관들이 처음 사용한 단어다. 이후 2006년 유엔이 제정한 ‘책임투자원칙(PRI)’에 반영되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유엔의 PRI가 ESG의 출발점이었다면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2020년 초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최고경영영자(CEO) 래리 핑크가 내놓은 연례 서신이다. 그는 2021년 연례 서신에서 블랙록이 투자한 기업에 넷제로 계획 발표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핑크가 지난해 “ESG라는 말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부터다. ESG가 정치적으로 사용되면서 부담이 커진 탓이다. 이에 반해 최근 우리 정부는 ESG 공시 의무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글로벌 상황과는 상반된다.

올 1월 30일 미국상공회의소 등은 캘리포니아주를 상대로 ‘주 기후 공시법’ 제정이 주 정부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며 무효화 소송을 제기했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기후 법안은 기업 측에 공급망 전반에 걸친 배출량을 보고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미국상공회의소 등은 간접 배출을 포함한 기업 배출량이 어디서 얼마나 발생했는지 정확하게 측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기업들에 직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승인했다. 그러나 주 정부와 기업의 반발을 인식한 듯 기후 공시에서 기업들이 가장 난감해했던 스코프3 배출량 보고를 의무 공시 사항에서 면제했으며 스코프1(직접 배출)과 스코프2(간접 배출) 기준도 완화했다. SEC가 스코프3을 철회한 것은 스코프3 배출 공시까지 의무화하는 SEC 규정이 도입될 경우 이에 반발하는 기업들이 소송을 제기해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며 이에 SEC가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의 자발적 공시는 투자자에게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와 기업 간 정보의 비대칭을 완화함으로써 시장의 원활한 작동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공시의 ‘의무화’는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어 이러한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시 의무화로 인한 기후 관련 공시는 복잡한 가정에 기반한 추정값들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기업·기관투자가 등을 상대로 한 잠재적 소송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특히 정치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경제적 환경은 달라진다.

올해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ESG 공시 등에 대한 이슈의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미국 공화당은 SEC의 스코프3 공시 의무화 등에 대해 SEC 권한 밖의 일이며 기업에는 지나치게 부담을 주고 투자자들에게는 진짜 중요한 정보를 불투명하게 한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속 가능 공시 기준은 기업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정보 본연의 목적에 부합하는 자율적인 판단에 근거해 시장 논리에 맞게 결정해야 할 문제다. 더욱이 세계 각국이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지속 가능성 공시 의무화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ESG 공시 여부는 기업이 각자 상황에 따라 판단하도록 자율화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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