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두 번째로 골프를 잘한다는 선수도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조각을 얻기 위해 ‘족집게 과외’를 찾는다.
열다섯 번의 도전에도 그린 재킷을 입지 못한 세계 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35·북아일랜드)가 마스터스 우승을 위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옛 스승 부치 하먼을 찾아 조언을 구했다.
매킬로이는 4일(한국 시간) 미국 텍사스주 TPC 샌안토니오 오크스 코스에서 개막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발레로 텍사스 오픈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특별 과외’에 대해 밝혔다.
매킬로이가 조언을 구한 하먼은 타이거 우즈, 필 미컬슨(미국) 등 전설적인 선수들의 코치였다. 80세의 고령에도 여전히 리키 파울러(미국) 등 수준급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매킬로이는 하먼으로부터 팁을 구하기 위해 현재 자신의 집이 있는 플로리다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날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매킬로이는 마이클 배넌과 피트 코웬이라는 걸출한 스승의 지도를 받아왔는데 특히 배넌한테는 여덟 살 때부터 배웠다. 코웬은 매킬로이뿐 아니라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브룩스 켑카(미국) 등 세계적인 골퍼들을 길러낸 실력 있는 코치로 알려져 있다.
매킬로이가 이런 스승들을 제쳐두고 하먼을 찾은 것은 시즌 개막 이후 빠져있는 극심한 부진 속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매킬로이는 이번 시즌 5개 대회에 출전해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올초 DP월드 투어에서 한 차례 우승과 준우승을 거뒀지만 이후 PGA 투어에서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공동 19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PGA 투어 통계에서 매킬로이는 토털 드라이브 부문 선두지만 그린 주변 플레이의 이득 타수에서는 119위에 머무르고 있다.
매킬로이가 하먼을 찾아 족집게 과외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코로나19 영향으로 배넌 코치와의 연습이 어렵게 되자 수 차례 하먼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이번에 매킬로이는 하먼에게 약 4시간 동안 교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킬로이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끝난 뒤 내 스윙, 특히 아이언에 부족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먼의 장점은 수많은 선수들과 함께했다는 것이다. 그에게 내 스윙에 대한 의견을 말하면 ‘프레드 커플스는 이렇게 느꼈다’ ‘우즈는 이렇게 했고 더스틴 존슨은 이렇게 했었다’는 식의 조언을 들을 수 있다. 그런 가르침은 항상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매킬로이에게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은 아픔의 장소다. 2014년 디 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마스터스 제패만 남긴 뒤로 2015년부터 벌써 아홉 번의 실패를 겪었다. 2022년 단독 2위의 성적을 거두며 우승 목전까지 가봤기에 마스터스를 향한 매킬로이의 갈증은 더 크다.
매킬로이가 하먼의 조언을 받아 단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해 마스터스 우승을 거머쥔다면 우즈, 잭 니클라우스(미국),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 벤 호건(미국), 진 사라젠(미국)만 들어가 있는 커리어 그랜드슬램 클럽(마스터스가 메이저에 포함된 이후 기준)에 가입한다.
골프계 ‘일타 강사’로부터 과외를 받은 셈인 매킬로이는 텍사스 오픈에서 마스터스 우승을 향한 최종 점검에 나섰다. 첫날 3언더파 69타를 친 그는 선두와 6타 차의 공동 8위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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