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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배양육 산업에 재 뿌리는 美공화당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미국 공화당이 이제 막 날갯짓을 시작한 배양육 산업(lab-grown meat industry)을 금지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식용육은 산 짐승의 도축과정을 거쳐 나오는 고기로 한정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 과학자들과 사업가들은 동물체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식용육을 만드는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만들어지는 배양육은 채식주의자용 식자재를 이용해 만든 비욘드 미트, 두부 등의 대체육과는 완전히 다르다. 실제로 살아있는 동물의 세포를 채취한 후 아미노산과 같은 영양분을 공급해가며 실험실에서 식용육으로 배양한다. 대체육과 달리 배양육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고기의 식감과 맛, 영양성분을 그대로 갖고 있다.

지난해 농무부는 일부 업체의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닭고기의 판매를 허용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참치 등 다른 배양육은 개발단계에 있다. 아직 태동단계인 배양육 산업이 앞으로 얼마나 커질지 현재로선 예견하기 힘들다.

배양육산업이 가져올 잠재적 혜택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수세기 동안 동물복지 옹호론자들은 이들에 대한 인도적 취급을 강력히 촉구했다. 배양육 기술은 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킨다. 고기를 얻기 위해 가축을 도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식용육을 생산하면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하다. 사료 생산, 퇴비관리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특히 소는 수시로 트림을 하는데 이때마다 상당량의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유엔 추산에 따르면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배출되는 인위적 온실가스의 12%가 농축산 시스템에서 나온다.

이 신기한 기술은 육류 가격을 떨어뜨리고 도축에 따른 생명손실을 없애며 기후변화 요인을 줄인다. 아울러 항생제사용을 낮추면서도 영양가치를 높일 잠재력을 지닌다. 게다가 맛 역시 자연산과 다를 바 없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아직 목표지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상업적인 경쟁력과 환경보호에 보탬이 되는 상품이 나오기에 앞서 심각한 재정적·기술적 난관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신기술이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국 전체가 배양육 기술을 응원하지는 않는다. 한줌 남짓한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텃밭)는 배양육의 미래를 토막내려 한다.

앨라배마와 애리조나, 테네시, 플로리다 등지의 공화당 정치인들은 배양육 판매와 유통 혹은 대중의 소비를 목적으로 ‘세포를 배양해 만든 모든 식료품의 수입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 제정을 검토 중이다. 이를 어길 경우 주에 따라 벌금 100만 달러에서 실형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처벌을 받는다.

테네시주 공화당 하원의원인 버드 헐시는 “빌 게이츠와 함께 벌레를 먹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모양이지만 나는 아니다”라며 배양육 기술에 투자한 억만장자 사업가이자 박애주의인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플로리다 주 의회는 이미 배양육 판매를 형사법으로 다스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공화당 소속인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아직 이 법안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가짜 고기를 먹지도 만들지도 않을 것”이라며 “배양육은 우리 사회의 여러 중요한 가치를 위협하는 이념적 의제”라고 비난했다.

분명히 말해 문제는 배양육의 판매나 섭취를 강요하는 좌익 내니 스테이트(정부가 개인의 선택에 직접 개입하는 주)가 아니라 대부분 시장에 나오지도 않은 상품의 자발적 섭취와 판매를 금지하는 보수적 내니 스테이트다. 승자와 패자는 자유 시장이 결정한다던 공화당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제한된 정부를 옹호하던 정당은 어디로 간 걸까?

헐시같은 정치인은 배양육과의 경쟁에 위협을 느낀 막강한 이익집단의 우려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농업분야의 로비스트들은 새로운 육류제품을 완전히 금지하거나 최소한 배양육에 오명의 낙인을 찍게끔 디자인된 라벨 부착을 요구한다. 최근 이탈리아 정부는 축산농가의 집단반발에 굴복해 배양육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했다.

새로 떠오르는 유망산업분야에서 앞으로 누군가는 반드시 성공을 거둘 것이다. 앤티 마켓 불량배들이 이 분야에서 미국의 성공을 가로막는 것을 좌시해선 안 된다. 게임의 판돈(stake)으로 엄청난 스테이크(steak)가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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