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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륜보다 ‘쩐’…조양래 재판, 장녀의 씁쓸한 뒷맛 [View&Insight]

■서민우 산업부 차장

장녀 제기한 한정후견 심판 기각

경영권 분쟁 사실상 종식됐지만

'돈 앞엔 부모도 없다' 인식 심어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빈소를 찾고 있다. 사진 제공=효성그룹




재계 순위 47위인 한국타이어의 경영권 분쟁을 촉발한 아버지와 딸 간의 소송전이 일단락됐다. 법원이 11일 조양래 명예회장의 큰 딸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아버지를 상대로 제기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 항고심마저 기각하면서다. 2022년 4월 1심에서 이뤄지지 않은 정신감정 결과가 항고심 재판부에 전달됐지만 법원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부녀지간에 약 4년에 걸친 소송이 딸의 ‘완패’로 끝난 순간이다.

서민우 산업부 차장


앞서 조 이사장은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이 차남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000240) 회장(당시 사장)에게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현 한국앤컴퍼니) 주식 전량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자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업계는 결과를 예상했다는 분위기다. 성년후견은 노령이나 장애·질병 등으로 스스로 의사 결정이 어려운 성인에 대해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다. 조 명예회장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은 그룹의 여러 관계자들로부터도 확인돼 왔다. 이를 증명하듯 그는 최근 타계한 친형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매일 찾아 조문하기도 했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차남에게 경영권을 승계한 후 외부 공개 활동을 자제했을 뿐 조 명예회장은 매일 아침 경기도 성남 판교 본사로 출근해 운동을 하고 임원들과 식사 및 회의도 주재해 왔다”고 말했다.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한국타이어의 경영권 분쟁도 사실상 종식됐다는 분석이다. 조 회장은 한국앤컴퍼니의 최대주주(42.03%)다. 장남 조현식(18.93%) 고문과 조 이사장(0.81%), 차녀 조희원(10.61%) 씨의 지분을 모두 합해도 조 회장에 미치지 못한다.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아버지로부터의 지분 승계 결정 과정도 이번 법원 결정으로 해소됐다.

뒷맛은 개운치 않다. 조 이사장이 재판을 청구한 배경과 이후 벌어진 경영권 분쟁을 되짚어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구석이 있어서다. 조 이사장은 평소 그룹의 경영권에 관심이 없고 아버지의 사회 공헌 및 사회 환원에 대한 신념과 가치를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해 왔다. 조 명예회장도 딸의 뜻에 동감하며 그동안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증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단 이사장 재임 당시 기부 내역을 살펴보면 조 명예회장이 2004년부터 현재까지 약 222억 원의 사재를 출연하는 동안 조 이사장의 기부액은 11억 원에 그친다.

복수의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조 이사장이 지난해 조 명예회장에게 한국타이어 지분 5%를 본인의 재단에 증여하면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취하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재판 청구의 배경에 여러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이다.

대중들에게 ‘재벌가도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 점도 뼈 아프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한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드러난 현상만 놓고 보면 ‘쩐’의 힘이 아버지와 자식 간에 마땅히 지켜야 할 ‘천륜’의 도리는 넘어선 것 같아 다소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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