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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현 당근 대표 "페북 같은 글로벌 기업 만드는 일은 수 세대에 걸쳐 해야 할 과제"

[CEO&STORY]

◆김용현 당근 대표





이제는 '연간 兆단위' 버는 회사로 키울것


“지역 광고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때는 2017년이었습니다. 판교 백현동에서 커피숍·학원 등을 상대로 직접 발로 뛰며 영업을 했는데 첫 달에 10만 원 정도 밖에 못 벌었습니다. 지역 광고로 출발한 ‘당근 광고’는 이제 월 매출 100억 원이 넘는 모델로 성장했습니다. 준비 중인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연 매출 1000억 원 이상 달성하는 모델로 성장하면 재정적으로 더 튼튼한 회사가 되겠죠. 결국에는 연간 조(兆) 단위 매출을 거두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내년 창립 10주년을 맞는 지역 생활 커뮤니티 당근(옛 당근마켓) 창업자인 김용현 공동대표는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10년 동안의 사업 방향과 포부를 밝혔다. 캐나다 토론토에 체류 중인 김 대표는 온라인 화상회의 툴 줌을 통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당근을 한국판 페이스북·인스타그램과 같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지난해 영업익 창사 8년만에 첫 흑자로


당근은 창사 8년 만인 지난해 첫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면서 ‘국내 3800만 명을 넘어 전 세계 20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김 대표의 목표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다. 2015년 설립된 당근은 지난해 매출액 1276억 원, 영업이익 17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22년(499억 원) 대비 156% 수직 상승하며 연 매출 1000억 원 고지를 돌파했다.

홍보수단 부족한 로컬 사업체 파고들어


비결을 묻자 김 대표는 “과거에는 로컬 사업체가 비즈니스를 홍보하는 방법은 전단지 밖에 없었기 때문에 지역 밀착(하이퍼 로컬) 서비스인 당근 앱에서 동(洞) 단위의 광고를 하면 훨씬 더 효과가 크겠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는 지역 업주가 당근 광고를 유용하게 쓸 날이 오겠지’ 생각하며 광고 상품을 계속 개발하고 고도화한 것이 조금씩 결실을 맺는 것 같다”고 했다.

피드·검색광고 등 '상품 고도화' 노력도


당초 지역 광고로 시작한 당근 광고는 현재 중고 거래 홈 화면에 노출되는 피드 광고, 특정 상품이나 키워드를 검색한 페이지에 광고를 노출시키는 검색 광고, 중고 거래 검색 결과 목록이나 상세 페이지에서 추천되는 상품 광고 등으로 고도화됐다. 광고주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모드도 일반인이 이용하기 편리한 간편 모드와 전문 마케터에게 적합한 전문가 모드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팬데믹 집꾸미기 유행…퀀텀점프 기회돼


사업을 이어오던 중 코로나19라는 위기가 발생했지만 도리어 당근에는 ‘퀀텀 점프’의 기회가 됐다. 김 대표는 “바이러스는 사람 간 접촉 시 감염되기 때문에 직접 만나 거래하는 당근 서비스가 타격을 받아 망하는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오히려 당근 이용이 급증하면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31억 원이었던 연 매출은 2020년 118억 원으로 늘었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257억 원, 2022년에는 499억 원으로 증가하며 팬데믹 이후 매년 ‘더블 업’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팬데믹 기간 한국은 관리가 잘돼 1대1 만남에 거부감이 없었고 집에만 격리돼 있다가 중고 거래를 핑계로 밖에 한 번 나갔다 오는 게 이용자들에게 적지 않은 낙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이 집에 주로 있다 보니 집을 꾸미기 시작했고 인테리어 용품과 가구 등의 거래가 급증한 것도 당근 서비스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



사기 위험↓ 신뢰성 ↑ '동네 인증' 차별화


그는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과 당근의 차별화 포인트는 ‘동네 인증’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당근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이용자가 해당 동네에 사는 주민이라는 사실을 30일마다 인증받아야 한다”며 “시스템이 이렇다 보니 택배 거래보다는 대면 거래를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사기를 당할 위험이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사한 제품군의 가격도 다른 플랫폼보다 30% 저렴하다”면서 “‘내가 안 쓰는 물건을 동네 주민과 나누고 싶다’는 인식이 깔려 있어 판매자가 희망 가격의 100%가 아닌 70% 정도만 받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고거래 넘어 생활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당근마켓은 2023년 사명과 서비스명에서 ‘마켓’을 떼고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지역 생활 커뮤니티로 리브랜딩하면서 지역 맘 카페와 아파트 주민 단톡방보다도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그는 “동네에서 모임을 만들 때 사람 모으기가 가장 쉬운 플랫폼이 당근”이라면서 “당근 (월) 사용자 수가 1900만 명이 넘어 우리 동네 주민 70% 이상이 당근을 매주 방문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당근에서는 본인 인증과 동네 인증을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주민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1900만 명이 넘는데도 당근이 거래 수수료 ‘0원’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선행 주자가 수수료를 받지 않는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들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수수료로 돈을 벌기보다 광고로 돈을 벌자고 방향을 잡았다”며 “무료를 유지했기 때문에 많은 유저층이 당근의 사용자가 됐고 사용자가 증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사업의 선택지가 늘어났다”고 답했다.



다만 이용자의 선택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고 판매 물품을 광고할 수 있는 서비스는 14일 론칭했다. 김 대표는 “당근을 통해 빨리 물건을 팔고 싶어 하는 이용자들이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줬다”고 말했다. 당근이 최근 제주도에서 시범 운영한 유료 광고 서비스는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당근페이·구인구직 등 성장성 무궁무진


그는 당근 광고를 비롯해 당근페이, 구인구직, 중고차, 부동산 버티컬 서비스 등 비즈니스 모델 전반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나타냈다. 당근 광고의 경우 첫 번째 목표인 연간 1000억 원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2000억 원, 5000억 원으로 계속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또 사기 거래를 방지할 수 있는 당근페이가 활성화하면 지역사회의 중요한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구인구직의 경우에도 자영업자가 동네 주민을 고용해 그만둘 확률을 상대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국세청이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일정 이상 수익을 거둔 이용자를 대상으로 종합소득세 납부 안내문을 발송한 것과 관련해서는 취지에 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국세청이 과세하려는 대상은 자신이 쓰던 물품을 중고 거래하는 개인 이용자가 아닌 전문 판매업자로 이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중고 거래 플랫폼에 숨어서 거래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 판매업자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은 따로 많이 있기 때문에 당근만큼은 동네 주민끼리 순수하게 거래할 수 있는 마켓 플레이스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기업공개(IPO) 계획과 관련해 김 대표는 “아직은 생각이 없다”며 “언젠가는 해야 하겠지만 좀 더 재무적으로 기반을 갖춘 다음에 하고 싶다”고 답했다. 당근은 2021년 3조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바 있다. 투자자들과의 소통과 관련해서는 “당근의 투자자는 장기적 투자자”라며 “지지를 많이 해주고 있다”고 답했다.

He is…

△1978년 서울 △서울대 경제학부 △2003~2007년 삼성물산 상사부문(금융팀·해외영업팀) △2007~2011년 네이버(서비스전략팀, 지식iN 서비스팀) △2011~2015년 카카오(플러스친구TF장, 카카오플레이스 TF장, 게임플랫폼 팀장) △2015년~ 당근(옛 당근마켓) 공동대표



김용현 당근 대표 "삼성물산·네이버·카카오…회사생활이 창업 밑거름"


김용현 당근 공동대표는 국내 최고 대학을 졸업하고 삼성물산·네이버·카카오 등 취업준비생들이 선호하는 기업에 잇따라 들어갔지만 결국 뛰쳐나와 당근을 창업했다. 그는 “대학생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며 “삼성물산에 들어간 것은 사실 무역업, 큰 자본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오퍼상’을 하고 싶어서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싸이월드가 하루에 도토리 1억 원어치를 파는 모습을 보고 “인터넷 쪽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마침 네이버에 다니는 친구 소개로 네이버에 들어가게 됐고 모바일이 뜨면서 카카오로 이직했다.

투지유치 등 배웠던 업무 결국 큰 도움 돼


회사를 다니며 배웠던 업무는 결국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전공이 경제학이다 보니 삼성물산에서 2년 정도 IR 업무를 했는데 나중에 당근 투자 유치 활동을 할 때 굉장히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카카오에서 맡았던 신규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 만드는 업무나 창업팀 업무 역시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김 대표가 지금의 김재현 당근 공동대표를 만난 곳도 바로 카카오였다.

당근은 2019년 영국을 시작으로 현재 미국·캐나다·일본 등에 진출했다. 그는 북미 법인이 위치한 캐나다에 거주하며 캐나다 국적의 로버트 킴 최고경영자(CEO)와 현지 사업을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사실 캐나다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아시안 인구 비중이 높아 한국에서 만든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도 상대적으로 적다. 그는 “마케팅 비용도 30~50% 저렴해 캐나다에서 먼저 서비스를 하고 자리를 잡으면 미국에서 서비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근의 글로벌 서비스 ‘캐롯(Karrot)’은 이달 초 캐나다에서 가입자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캐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소셜 부문 다운로드 순위에서도 각각 4위와 6위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는 언어나 문화가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 정보기술(IT) 서비스로 성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이 같은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이 아닌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당근에서 리뷰 점수인 매너 온도를 캐나다에서는 캐롯 스코어로 바꾸고 지역의 거래 범위를 20㎞에서 50㎞로 넓힌 것도 현지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페북 같은 글로벌 IT서비스 기업 만들 것


김 대표는 글로벌 IT 서비스 업체를 일구는 것은 몇 세대에 걸쳐 해내야 하는 숙제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도 1세대에 그걸 다 하지는 못했습니다. 앞선 세대가 뿌려 놓은 씨앗을 3세대에 와서 거둔 것이지요. 우리도 1세대인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보고 배운 것을 자양분 삼아 지금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한국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이 세계적 IT 서비스 기업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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