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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문해력' '맥락맹' 논쟁, '읽기'는 사회적 개념이다

■읽지 못하는 사람들

매슈 루버리 지음, 더퀘스트 펴냄





팬데믹과 숏폼의 대두, 낮은 독서율 등 복합적인 이유로 문해력과 맥락맹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거세다. 잘 읽지 못하면 지성과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편견에 휩싸이게 되고, 비난까지 받는다. ‘무운을 빈다’ ‘모집인원 0명’ 등을 이해하지 못해 조롱받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읽다’라는 개념이 학문적으로 정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읽다’의 정의는 “글이나 글자를 보고 그 음대로 소리 내어 말로써 나타내다”와 “글을 보고 거기에 담긴 뜻을 헤아려 알다”다. 문자라는 상징적 표상을 통해 그 뒤에 숨겨진 개념을 뇌에서 이해하고 처리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를 손가락으로 느끼는 것은 읽는 것이 아닐까. 혹은 오디오북을 통해 소리를 듣는 것은 읽는다는 개념에 포함되지 않을까. 사전에서는 “뜻을 헤아려 알다” “어떤 대상의 성격, 상황의 특징을 이해하다” 등으로 읽기의 개념을 확대해 정의하고 있다.



신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읽기의 개념을 더욱 확대한다. 저자는 “'읽기'라는 단일한 활동은 없다”며 “읽기와 읽지 않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읽기는 말하기와는 달리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발달할 수밖에 없다.

책은 난독증, 가독증, 실독증, 환각, 치매 등 읽기를 어렵게 만드는 다양한 증세들을 보여준다. 읽기는 간단한 신경질환만 있어도 할 수가 없는 활동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각자만의 방식으로 읽기를 수행한다. 한 번에 양쪽 페이지를 보기도 하고, 특정 글자에 집중하기도 하고, 글자에서 색깔이 보이기도 한다.

일반인들이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읽기’는 이들에게는 특별하고 고귀하기까지 한 활동이다.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읽기의 의미와 가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책의 제목인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계속해 무시돼 왔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독서가 완전한 인간을 만든다”고 말했고, 심리학자 스콧 모스는 “읽기가 어려워지자 나 자신을 반쪽짜리 인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읽기는 사람의 수준을 결정하는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저자는 “나의 방식으로 읽고, 살고, 나아갈 것”을 그 무엇보다 강조한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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