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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가린다" 짓자마자 철거하는 日아파트

건물 기획 단계부터 주민들과 갈등

층수 낮추고 기준법 맞춰 착공불구

후지산경관 일부 가리자 주민 불만

건설사도 "영향 재인식" 철거 결정

세키스이하우스의 구니타치시 아파트 착공 전 후지산 전경(왼쪽)과 착공 후 가려진 후지산의 모습/TBS 방송 화면 갈무리




일본 도쿄에서 완공 직전의 새 아파트가 급하게 철거될 예정이다. 이 아파트가 일본의 관광명소인 후지산 경관을 가린다는 판단 때문이다.

1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건설사 세키스이하우스는 도쿄 구니타치시에 지은 10층 규모의 ‘그랜드 메종 구니타치 후지미 도오리’에 오는 7월 입주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달 4일 시에 자진 ‘사업 폐지’를 냈다. 기껏 지은 건물을 입주도 받지 않은 채 해체하겠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는 맑은 날 후지산을 바라볼 수 있는 ‘후지미 거리’ 대로변에 들어섰다. 이 건물은 계획 단계부터 후지산 조망을 둘러싸고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이에 2022년 3, 4월 인근 주민들과 건설사는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주민들은 아파트 규모를 기존 계획의 절반 정도로 줄일 것을 요구했으나 세키스이하우스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양측의 협상은 결렬됐다. 세키스이하우스는 건물 높이를 최초 11층 36m에서 10층 33.12m로 한차례 바꾸고, 이후 또 한 10층 30.95m 줄여 계획을 진행했고, 2023년 1월 건축 기준법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근거로 착공에 들어가 시로부터 ‘완료 검사’를 기다리는 단계였다.



일본 건설사 세키스이하우스가 후지산 조망을 해친다고 판단, 완공 및 입주 직전 철거를 결정한 10층짜리 아파트 건물/TBS 방송 화면 갈무리


거의 다 지은 건물을 결국 해체하기로 한 건설사는 “아파트가 후지산 조망에 주는 영향을 재인식했다”며 사업 중지는 “자주적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거리의 조망을 해치는 것은 “우리 회사의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는 게 경영 판단”이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건물을 올리는 데 있어 법령상의 미비는 없었다고 전했다.

법령 위반이 아님에도 건물을 철거하는 것은 일본 내에서도 지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거리의 정체성을 살리는 당연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그렇다고 다 지은 건물을 부수는 것은 과하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이 주변에서 아파트 건설하려는 사업자가 안 나온다” 같은 지적도 나오는 등 이번 ‘후지산 아파트’ 논란은 ‘건축물의 경관에 대한 배려가 어디까지 필요한지’에 대한 일본 내 논의에 불을 붙인 분위기다.

현재 일본의 경우 이와 관련한 전국적인 공통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 지자체가 경관 계획이나 조례 등을 만들어 건물 높이나 색채 등 규제 구역을 정할 뿐이다. 예컨대 교토시는 대다수의 시가지에서 건물의 상한을 원칙적으로 10~31m로 해 시내 전역에서 옥상 광고물이나 점멸 네온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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