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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칩 비하인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대만보다 경쟁력이 낮은 이유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





우리나라는 2004년 이후 대만보다 높은 수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유지했으나 18년이 지난 2022년에 다시 역전됐다. 202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3만 2237달러, 대만은 3만 2811달러로 조금 차이가 난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경우 2020년까지는 비슷한 규모였지만 최근 차이가 커지고 있는데, 대만 자취엔지수는 약 2850조 원이고 우리나라 코스피는 약 2150조 원으로 약 700조 원의 차이가 난다. 이렇게 대만의 경제가 우리보다 더 성장한 것은 대만의 반도체 산업이 주요한 원인이다.

대만과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차이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반도체 인력 양성 측면에 주목해 살펴보자.

대만은 반도체가 가장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반도체 인력 양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이를 위해 대학에서 반도체 전공 교수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다. 보통 교수 1인당 지도하는 대학원생 숫자가 10~20명 정도이므로 교수의 숫자가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배출되는 학생의 숫자도 증가하게 된다. 현재 국립대만대의 반도체 전공 교수는 50명 이상인데 이는 20명 정도 되는 서울대와 비교하면 큰 차이다. 최근 대만 정부는 국립대만대, 칭화대 등 4개 대학에 반도체 연구소를 설립하고 이들 연구소에서 최대 15명의 전임 교원을 채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4개 대학에 반도체 연구소 설립을 지원했지만 주로 인프라 및 장비 구축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교수 숫자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만은 해외 인력을 선발해 교육하는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국립대만대는 외국인 대상 반도체 교육을 위한 학부 학위 과정을 신설하고 올가을 학기부터 신입생을 선발한다. 이를 통해 많은 우수한 외국인 학생들이 반도체 교육을 받고, 졸업 후에 대만의 반도체 기업에 취업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대만 정부는 산업체와 협력해 ‘INTENSE’라는 해외 학생 유치 프로그램을 새로 시작했다. 해당 학생이 졸업 이후 생활비를 지원한 기업에 취업해 2년 이상 근무하게 함으로써 기업의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인재 영입 정책의 하나로 2016년부터 추진한 ‘신남향 정책’도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외국인 유학생이 11만 6038명 있으며 이 중 7만 1012명은 신남향 정책을 통해 선발된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 국가 학생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학생들을 선발하면 많은 학생이 국내 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졸업 이후 국내 기업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학생에게 국내 대학을 홍보할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는 교환학생, 교환교수, 원격 강의, 복수 학위, 공동 연구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동남아 대학과의 협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

우리나라가 1인당 GDP 3만 달러 시대를 넘어서 4만~5만 달러 시대가 되기 위해서는 우수한 해외 인력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동남아의 우수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활용하는 대학에서는 새롭고 혁신적인 교육 과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가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대만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공부에서 2등 하는 학생이 1등 하는 학생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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