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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밀' 폭로 14년 만에…'위키리크스' 어산지, 유죄 인정 대가로 '석방'

AP·WSJ 등 주요 외신 보도

범죄 시인하고 사법 처리 종결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 AP연합뉴스




‘위키리크스’를 통해 지난 2010~2011년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기밀을 폭로한 후 미국 정부에 쫓기던 줄리언 어산지가 14년 만에 자유를 되찾게 됐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어산지는 지난 5년 간 수감돼 있던 영국의 벨마시 교도소에서 이날 석방됐다. AFP는 어산지가 영국 런던 고등법원에서 보석을 허가 받고 스탠스테드 공항을 통해 영국을 떠나 고국인 호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미국 법무부는 최근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을 통해 어산지 사건을 마무리할 계획을 담은 문건을 법원에 제출했다. 어산지는 이 계획에 따라 미국의 스파이방지법을 위반한 범죄를 시인하는 대신 호주에서 추가 사법 처리를 받지 않고 자유인이 된다. 미국 검찰은 어산지가 미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맞서 법정 공방을 벌이며 영국에 수감된 기간을 그에게 선고될 5년형을 복역한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와 어산지의 이번 합의는 미국령 마리아나 제도의 사이판에 있는 미국 연방법원에서 26일 집행될 예정이다. 이번 합의는 어산지의 사법 처리를 중단해 달라는 호주의 요청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 몇 달 만에 구체화됐다.



합의대로 재판이 마무리되면 위키리크스를 통한 폭로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어산지의 도피 행각이 마무리된다. 그의 신병을 둘러싸고 벌어진 미국, 영국, 에콰도르, 호주 등 여러 국가들 간의 갈등도 끝난다.

1971년 호주에서 태어난 어산지는 해커로 활동하다 2006년 폭로 전문 인터넷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만들었다. 이후 미국 육군 정보분석원인 첼시 매닝을 설득해 기밀로 취급되는 외교 전문과 국방 정보를 빼돌려 2010년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했다. 유출된 정보에는 미군 아파치 헬기가 로이터 통신 기자 2명을 비롯한 11명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살해한 사건 등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자행한 비위가 담겨 있었다. 이 같은 폭로는 언론의 자유와 알 권리 보장 문제를 둘러싼 전세계적인 논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미국 검찰은 어산지의 행위가 무차별적으로 기밀 정보를 훔쳐 폭로하는 국가안보 위협이라고 판단했다.

어산지에게 기밀 정보를 건넨 매닝은 스파이방지법 위반 혐의로 35년형을 선고 받았다가 2017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감형에 따라 수감 생활을 7년으로 끝내고 석방됐다.

어산지는 2010년 스웨덴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수배된 상황에서 영국을 기반으로 도피 생활을 시작했다. 2012년 범죄인으로 미국에 압송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해 망명에 성공했다. 그러나 에콰도르 정부는 2019년 내부 논란 끝에 아산지의 망명을 철회하고 영국 경찰을 대사관에 불러 그를 체포해가도록 했다. 그로부터 최근까지 5년 간 영국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영국 정부가 어산지의 신병을 확보하자 미국 검찰은 그를 스파이방지법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 정부와 어산지는 영국 법원에서 범죄인 송환을 두고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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