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당 평균 버디 수 2.86개로 이 부문 51위에 올라 있는 선수가 하루에 버디 9개를 쏟아부었다. “생각한 대로 볼이 가서 자신 있게 플레이했다”는 주인공은 서연정(29·요진건설). 지난해 ‘259전 260기’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던 그가 지난 시즌 우승이 반짝 활약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서연정은 28일 강원 평창의 버치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맥콜·모나 용평 오픈(총상금 8억 원) 1라운드에서 보기 하나 없이 버디만 9개를 낚아 9언더파 63타를 치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63타는 2017년 최혜진이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작성한 코스 레코드와 타이 기록이다. 6언더파 공동 2위 그룹에는 박민지와 김민별·최민경·윤수아·황예나 등 5명이 포진했다.
2014년 정규 투어에 데뷔한 서연정은 지난해 KG 레이디스 오픈에서 260번째 출전 대회 만에 생애 첫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서는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14개 대회에 출전해 4번 컷 탈락했고 톱10은 두산 매치플레이 공동 9위가 유일하다. 상금 랭킹 57위, 대상 포인트는 59위로 처져 있다. 그린 적중률과 라운드당 퍼트 수에서 각각 59위(68.13%), 64위(30.29개)로 샷과 그린 플레이에서 모두 아쉬운 모습이다.
그러나 서연정은 이번 대회 첫날 반전의 분위기를 마련했다. 이날 10번 홀(파5)에서 출발해 15번 홀(파4)까지 6연속 파 행진을 이어가던 그는 16번 홀(파4)부터 화끈한 ‘버디 쇼’를 펼쳤다. 16번 홀에서 5m 남짓한 버디 퍼트를 떨군 뒤 17번 홀(파3)에서는 그린 밖에서 친 칩샷을 홀에 집어넣어 1타를 더 줄였다. 이후 18번 홀(파5)부터 후반 2번 홀(파3)까지 5연속 버디를 몰아쳤다. 1번 홀(파4)에서는 세컨드 샷을 핀 1m에 붙이는 날카로운 아이언 샷으로 갈채를 받았다. 3~4번 홀 파로 잠시 숨을 고른 서연정은 5~7번 홀에서 또다시 3연속 버디를 낚았다. 마지막 9번 홀(파4)에서는 121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핀 1.8m에 붙인 뒤 버디를 추가해 코스 레코드 타이를 작성했다.
경기 후 서연정은 “코스 레코드 기록보다는 마지막 홀 퍼트는 꼭 넣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면서 “저번 대회 때 부모님이 오셔서 응원해주셨던 게 이번 대회까지 자신 있게 칠 수 있던 원동력이 됐다. 이번 대회도 자신 있게 나만의 플레이를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이 대회 우승자와 준우승자의 ‘리턴매치’로 관심을 끌었던 임진희·윤이나 조의 대결은 윤이나가 오른쪽 어깨 결림 증상으로 경기 도중 기권하면서 맥이 빠졌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는 임진희는 약 7개월 만의 국내 나들이에서 4언더파 68타를 치며 공동 11위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올 시즌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에서 투어 사상 첫 단일 대회 4연패 역사를 쓴 박민지는 이날 5연속 버디 등으로 6언더파를 쳐 투어 통산 최다승인 20승 달성에 도전할 발판을 놓았다. 상금 랭킹과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리는 박현경은 이예원·김재희·이제영 등과 함께 공동 7위(5언더파)로 출발했다. 디펜딩 챔피언 고지우는 공동 19위(3언더파)로 1라운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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