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000100)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계승해 회사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확립한 연만희(사진) 전 유한양행 회장 겸 유한재단 이사장이 16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연 전 회장은 1930년 황해도 연백 출신으로 1955년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61년 유한양행에 입사한 뒤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62년 제약사 최초로 유한양행을 상장한 유 박사는 당시 신참에 불과하던 연 전 회장에게 증권시장 상장 업무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연 전 회장은 2021년 퇴임할 때까지 60년간 유한양행에 몸담으며 ‘유일한 정신’을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한양행은 ‘기업 활동을 통해 얻은 이윤은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되돌려줘야 한다’는 유 박사의 소신에 따라 ‘주인 없는 기업’으로 운영됐다. 연 전 회장도 이에 따라 재임 시절 고위직에 ‘직급정년제’를 도입하고 임원급이 6년 연임 이후 추가 승진이 없다면 퇴임하도록 했다. 대표 역시 한 번의 연임만을 허용해 임기를 6년으로 제한했다.
연 전 회장은 무엇보다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끄는 유한의 미래 경영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신약 개발부터 해외 마케팅까지 말단 사원의 의견을 사장이 직접 듣는 ‘사원운영위원회’를 만들기도 했다. 또 ‘무리하게 빚지지 말라’는 유 박사의 경영 방침을 지키기 위해 안정적인 재무구조 시스템을 확립했다.
연 전 회장이 별세하기 전까지 이사장을 맡고 있던 보건장학회는 국민 보건 향상을 위해 유 박사가 기증한 유한양행 주식과 제약 업계 출연금을 바탕으로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연 전 회장은 1988년부터 보건장학회 이사장을 맡아 보건의약계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금 등 지원 사업을 펼쳤다. 연 전 회장은 사회 환원 등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한국경영인협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상’을 수상했고 2018년에는 한국경영인협회가 제정한 ‘대한민국 기업보국대장’에서 첫 번째 헌정 기업인으로 선정됐다.
유족은 부인 심문자 씨와 사이에 2남1녀로 연태경(전 현대자동차 홍보 임원)·연태준(홈플러스 부사장)·연태옥 씨와 사위 이상환(한양대 명예교수)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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