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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글로벌 인재 전쟁서 이기려면

이완규 법제처장





미국에서 활동 중인 중견 엔지니어 A씨는 15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려다 고민에 빠졌다.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규모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업무 경력이 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면 중급 엔지니어링 기술자로만 인정받는 탓에 처우가 오히려 나빠지기 때문이다. A씨의 경험은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들이 국내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고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우리나라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작년에 인재유인지표(Indicators of Talent Attractiveness)를 발표하면서 기회의 질, 경제적 혜택, 미래 전망, 기술 환경 등을 인재 유인의 주요한 결정요소로 제시했다. 최근 국내외 대학을 막론하고 이공계 석·박사 졸업자들이 국내 기업 대신 해외 기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해외 기업이 더 나은 대우와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첨단 산업과 일자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인재가 이동하는 글로벌 인재전쟁의 시대다.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가 자국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이제 국가의 필수적 역할이 됐다. 법제처는 올해 초 이러한 제도적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엔지니어링협회를 방문해 엔지니어링산업 현장에서의 문제점 및 제도 개선에 관한 의견을 직접 청취했다.



그동안 엔지니어링 기술자는 초급·중급·고급·특급·기술사의 등급 체계로 구분해 왔다. 고급 이상의 등급으로 승급하기 위해선 반드시 국가기술 자격을 취득해야 했다.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실무 경력을 쌓은 엔지니어링 기술자들은 충분한 학력과 경력에도 국가기술 자격이 없어 중급 기술자 처우밖에 받지 못한다. 이런 까닭에 채용과 승진, 급여 등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왔다. 고급 기술자가 국내에 정착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법제처는 현장의 제도 개선 의견을 바탕으로 엔지니어링 기술자들이 해당 전문 분야의 석·박사 학위와 일정 업무 경력을 갖추면 특급 기술자까지 승급할 수 있도록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신속히 심사완료했다. 7월 3일부터 시행된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A씨와 같은 우수한 엔지니어링 기술자가 망설이지 않고 귀국해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유학파 출신의 과학기술 인재가 국내에서 자신의 역량에 부합하는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이 갖춰진 것이다.

인공지능(AI)·반도체, 그리고 전기차 산업에 이르기까지 기술 패권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그 경쟁은 국경을 넘는 인재 쟁탈전으로 확전되는 중이다.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주도적으로 우리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응변창신(應變創新)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앞으로도 법제처는 국가가 과학기술자의 역량을 인정하고 그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 인재들이 대한민국에서 꿈을 이루고, 또 그 노력이 국가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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