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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율 움직임에 대한 단상 [양석준의 마켓인사이드]

양석준 자본시장연구원 초빙위원

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

‘최후의 보루 외화자산이 미래다’ 저자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가치가 상당 폭 떨어진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환율 수준은 하락폭이 크지 않다. 글로벌 미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통화바스켓(basket)의 지수(dollar index)는 올해 1~4월 중 8% 넘게 하락했다. 이는 한마디로 국제금융시장을 풍미하던 미국 예외주의(exceptionalism)가 힘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과 금융질서를 개편하려는 트럼프의 어설픈 움직임이 무역 상대국보다 미국의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더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안전자산 및 기축통화로서의 미 달러화의 신뢰를 훼손시키고 있다.

이에 반해 원·달러 환율은 같은 기간 3%대 하락에 그쳤다. 누군가 1400원대가 뉴노멀(새로운 기준)이라고 해서일까. 환율이 떨어지다가도 1400원에 근접하면 적잖은 달러 매수세가 등장한다. 과거에는 원·달러 환율 변동 정도는 글로벌 미 달러화 가치의 변동 폭을 상회했던 적이 많았는데 최근의 변동 폭은 이례적이다. 글로벌 달러화 움직임과 동조되지 않고 높은 환율수준에서 ‘안정적인 듯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들이 지목된다. 첫째 원·달러 환율이 중국 위안화의 대미달러 환율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간 경제적 밀접성을 감안할 때 과거부터 그래 왔었다. 중국 위안화는 올해 중 심리적 경계선인 달러당 7.3위안을 넘나들면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중 간 무역전쟁 아래 위안화의 약세 압력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둘째 안타깝지만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은 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글로벌 달러의 움직임과 괴리되는 요인으로 일부 작용했다. 최근 불확실성이 완화되고는 있으나 큰 정치 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전환기에는 경제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 동력에 대한 불안감이 적잖이 근저에 깔려있다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셋째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로 인한 수급요인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 확대에 못지않게 국내 거주자들의 지속적인 해외투자가 환율 하락을 제약하고 있다. 아직 이들에게 글로벌 미 달러화 약세와 미국 주가 조정 양상은 해외투자 선호를 약화시키기 보다는 저가매수의 좋은 타이밍으로 인식되는 듯하다.

이와 같이 원·달러 환율의 하방경직성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앞으로 글로벌 달러화 가치가 상승 반전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크게 후퇴하여 그간 훼손된 미 달러화의 위상이 회복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 가능하다. 그리고 미국이 강경한 관세정책을 지속한 결과 미국보다 여타국의 성장이 더욱 부진해질 경우에도 그럴 수 있다. 게다가 국제통화체제에서 미달러화를 대체할 통화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미 달러화가 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달러화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 관세정책의 운명과 무관하게 이미 세계는 다극화의 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의 약진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러한 여건 아래 필자는 종합적으로 볼 때 원·달러 환율은 적어도 올해 시계(time horizon)에서는 다음과 같이 상승보다는 하락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첫째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제약시켜 온 미·중 간 무역 갈등이 더 이상 극단으로 치닫지만 않는다면 원·달러 환율은 아주 조그만 긍정적 실마리에도 이를 빠르게 반영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내 정세가 더욱 안정감을 찾으면 하락압력은 더 높아질 것이다.

둘째 국내 거주자의 외환수급 측면에서 볼 때 어떤 이유에서든 국내 거주자들의 해외투자 심리가 일시적이라도 약화된다면 부지불식간에 환율은 급락할 수 있다. 그것이 한미 협상과정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만일 미국이 원화 강세를 강하게 요구할 경우 시장 참가자들 간에 일단 환율이 충분히 떨어지기를 지켜보자는 심리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중기적으로 트럼프 관세정책의 불확실성과 그 영향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보다 펀더멘털 측면에 집중하면서 미국 경기둔화 가능성과 그에 따른 미 연준 금리인하 이슈가 다시 화두가 될 것이다. 즉 글로벌 미 달러화 약세의 흐름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동반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 환율이 오를지 내릴지 누가 감히 자신하겠냐마는 무언가 방향을 전환하기 전의 정중동(靜中動)이 느껴지는 때인 것 같다.

서경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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