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찍어 놓고 기술 시사회에서 봤는데 제가 너무 귀엽고 밝고 풋풋하고 젊어 보여서 좋았어요. 사랑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의 증상이 너무 좋더라고요.”
7일 개봉하는 영화 ‘바이러스’에서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는 ‘톡소 바이러스’에 감염된 오택선 역을 맡아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돌아온 배두나(사진)를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그동안 스릴러, 형사물을 비롯해 장르물에 출연하며 특유의 무표정한 모습으로 독보적인 캐릭터를 표현하는 배우로 자리잡았다.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받았던 당시에는 넷플릭스의 ‘킹덤’을 찍고 있었다. 배두나는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을 때였다”며 “그동안 연기를 해보고 싶었던 김윤석 선배님과 연기할 수 있다는 것도 작품을 선택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윤석은 이 작품에서 ‘톡소 바이러스’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과학자 이균 역을 맡았다. ‘톡소 바이러스’에 감염된 택선이 이균을 향해 천진난만하고 발랄한 ‘플러팅’을 하다 키스까지 하는 장면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온다. 배두나는 “로맨틱한 키스신이 아니라 이균은 필사적으로 키스를 막아 보려 하고 택선은 계속해서 시도한다”며 “러브신이라기보다는 액션신을 찍는다는 심정으로 임했다”고 설명했다.
배두나는 일본·미국 등 다양한 나라의 감독들과 작업하며 글로벌 배우로 각인됐다. 다국적 또는 무국적 배우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인종과 국적을 초월한 연기를 펼쳤다. 이에 국내와 해외 현장의 차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배우다. 그는 “예산의 규모와 프로세스가 다르다. 해외에서는 매니저가 필요 없을 정도로 현장 스태프들이 모든 지원을 한다”며 “그런데 예산의 차이지 현장에 대한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는 ‘공기인형(2010)’ ‘브로커(2022)’를 함께 하며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인터뷰가 있던 날에도 고레에다 감독이 깜짝 방문했다. 배두나는 고레에다 감독에 대해 “제일 존경하는 감독”이라며 “배우는 등으로도 연기해야 한다는 말씀이 너무 좋았고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깊은 분”이라고 말했다.
‘도희야’ ‘다음 소희’ 등 독립예술영화에 노개런티로 출연하기도 한 배두나는 한 장면이라도 자신이 필요하면 찍는다고 했다. 배두나는 “영화의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제가 정말 필요한 영화라면 출연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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