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취임하면 곧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보에 좌절감을 내비쳤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종전을 둘러싸고 동맹이었던 유럽 국가들은 등을 돌리고 러시아는 외려 중국과 밀착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구상이 어그러진 것으로 풀이된다.
1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가진 고액 후원자들과의 만남에서 “푸틴 대통령과 협상하기가 특별히 어렵다”며 “그는 우크라이나의 전부(the whole thing)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종전에 대해 좌절감이 점점 커져 밤잠을 설친다”고도 토로했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몇 주 동안 백악관 보좌진들에게도 “푸틴 대통령은 전쟁을 끝내길 원하지 않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다 타협을 거부한다”며 자신의 집권 1기 종료 이후 푸틴 대통령이 변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또 푸틴 대통령이 아이들이 있는 지역에도 폭격을 하는 등 군사적 행보를 보인 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WSJ는 트럼프 정부가 처음에는 푸틴 대통령보다 우크라이나를 설득하는 게 더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가 최근에는 러시아가 더 큰 난제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와 광물 협정을 체결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일부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WSJ는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분쟁과 관련해서도 고액 후원자들에게 “특히 힘들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1000년 동안 싸워왔기 때문에 어떠한 해결책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을 위한 선거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지지구 분쟁을 취임과 동시에 해결하겠다고 장담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자신이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대신 백악관에 있었다면 두 전쟁은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지난 7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러시아가 분쟁을 종식시키는 데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밴스 부통령은 러시아가 제시한 평화 합의 초안에 우크라이나 영토 중 미점령 지역 일부까지 자국 영토로 편입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소개한 바 있다.
한편 11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직접 휴전 협상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협상 재개’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2022년의 협상을 방해한 것은 우리가 아닌 우크라이나”라고 주장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사열대 정중앙에 나란히 앉아 군사 행진을 지켜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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