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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스산업 규제체계 혁신하자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민간 경쟁 막는 공기업 배관망 독점

정책·규제 맡은 산업부 감시도 한계

선진국형 독립 규제기관 검토할 때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한국의 가스 산업은 한국가스공사 중심의 독점 공급과 민간 참여가 병존하는 혼합 구조를 갖고 있다. 가스공사가 도입, 저장, 운송, 배관 운영을 모두 담당하는 수직통합 공기업 모델을 유지하면서 도입·저장·운송 부문에서는 민간 참여가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하지만 전국 단위의 고압 배관 운영은 가스공사가 독점적으로 구축·운영하고 있어 사실상 민간 진입은 불가능한 상태다.

문제는 배관 운영의 독점력이 도입·저장·운송 부문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렴한 액화천연가스(LNG)를 도입하고 터미널에 충분히 저장하더라도 배관망을 사용하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공급될 수 없다. 전기·통신 등 경쟁이 도입된 네트워크 산업에는 망 중립성 및 공정 경쟁을 위해 규제 기구가 존재한다. 전기는 전기위원회, 통신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 기구 역할을 한다.

가스 산업만 별도의 규제 기구가 부재하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정책과 규제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물론 가스공사가 공기업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내재하고 있는 데다 산업부가 직접 감독하고 있고 도매 경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들어 별도의 규제 기구 없이도 공급 안정성과 공공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공기업이라고 해서 공공성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 독점적 지위로 인해 비효율이나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전력 시장에서 한전이 공기업이지만 전기위원회가 존재하는 이치와 같다. 또한 산업부는 정책을 수립하는 주체이지 시장을 감시하는 규제 기관은 아니다. 정책 목표 달성을 우선시하는 부처가 동시에 감시와 규제 기능까지 수행하게 되면 시장 왜곡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선진국들은 독립적 규제 기구를 통해 가스 산업을 규제한다. 미국은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연방 차원에서 LNG 수출입, 파이프라인, 도매 요금을 규제하고 각 주(州)에서는 공익사업위원회(PUCs)가 소매 요금, 서비스 품질, 사업자 면허를 감독한다. 중앙·지방 간 이중 규제 체계로 복잡하지만 정교하고 실효적인 규제가 가능하다.

영국 전기·가스규제청(Ofgem)은 가스 공급자, 도매 사업자, 터미널 운영자 등에 대한 면허 발급과 시장 참여 조건을 정하고 독립된 비용 평가 시스템(RIIO)을 활용해 송배관 요금을 결정한다. 배관망 투자 및 제3자 접속 허용 결정을 가스공사가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한국과 달리 영국은 전기·가스규제청이 배관망과 저장시설의 투자계획을 사전에 심사·승인한다. 또 민간이 배관망과 저장 시설을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제정하며 운영자에게 접근 요청 수용 의무를 부과해 제3자 접근권(TPA)을 보장한다.

한국도 지난해부터 배관시설이용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변화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위원회가 이해당사자인 가스공사가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가스공사 내 자문기구에 불과해 위원회의 결정이 배관 운영에 반영될 수 있는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전력 시장과 달리 가스 산업은 일부 자가소비용에 한해 직도입이 허용된 시장구조이므로 규제 기구가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LNG 직도입 물량 비중이 26%에 달한다. 지금이야말로 선진국형 규제 체계로 도약할 수 있는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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