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대조동 ‘힐스테이트메디알레(대조1구역 재개발)’ 아파트가 3.3㎡당 4500만 원이 넘는 분양가에도 1순위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11.04대 1을 기록했다. 최근 한 달 은평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3.3㎡당 2557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두 배 가까이 높은 가격이다. 공사비 인상으로 신축 아파트 분양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이후 서울 아파트 공급물량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에서 높은 분양가가 소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던 단지들도 줄줄이 100% 계약이 완료되며 전용면적 84㎡ 기준 서울 강북 지역 신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5억 원을 넘어섰다.
2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에 따르면 전날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은평구 대조동 힐스테이트메디알레는 218가구 모집에 2408명이 몰렸다. 전용 74㎡D는 2가구 모집에 50명이 접수해 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전용 59㎡C가 33가구 모집에 474명이 몰리며 14.3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나머지 주택형도 한 자릿수 경쟁률로 1순위가 마감됐고, 전용 51㎡B와 전용 74㎡B는 예비당첨자 비율(공급 가구 수의 5배)을 채우지 못했지만 평균 4.73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청약을 마쳤다.
힐스테이트메디알레는 지난달 조합에서 일반분양 가격이 확정된 후 전용 59㎡C가 평균 11억 5060만 원에 달했다. 3.3㎡당 4750만 원을 웃돌아 고분양가 논란마저 불거졌다. 전용 74㎡도 최고 분양가가 13억 7820만 원에 달해 발코니 확장 등 옵션대금을 포함할 경우 14억 원을 웃돌아 미분양 될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고분양 전망을 뒤엎고 전날 1순위 청약에서 모든 타입이 공급 가구 수 대비 4배 이상의 청약 통장이 몰렸다.
이 같은 청약 흥행은 수요자들이 앞으로 공급될 서울 신축아파트 분양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장소희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부동산팀 수석은 “공사비와 인건비 인상으로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는 분양 계약자들의 심리가 작용했다”며 “금리 상승기 이후 착공물량 감소로 서울 내 신축 대단지는 희소성이 커지고 있어 향후 공급이 늘어날 때까지 신축 프리미엄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최초 청약에서 미분양 물량이 나왔던 서울 강북 지역 단지들도 속속 계약이 100% 완료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해 지난해 12월 분양했던 서울 중랑구 상봉동 ‘더샵퍼스트월드’는 이달 초 모든 공급 물량이 계약됐다. 더샵퍼스트월드도 전용 84㎡ 분양가가 평균 13억 5000만 원으로 3.3㎡당 3800만 원을 넘기며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단지다.
올해 3월 롯데건설이 분양에 나섰던 성북구 삼선동 ‘창경궁롯데캐슬시그니처’도 두 달 만에 모든 공급 물량이 100% 계약 완료됐다. 이 단지도 전용 84㎡ 분양가가 13억 9000만 원으로 3.3㎡당 평균 4200만 원이었지만 모든 타입이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이며 1순위에서 마감됐다.
아울러 노원구 월계동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11월에 분양한 ‘서울원아이파크’도 전용 84㎡ 최고 분양가가 14억 1400만 원으로 미분양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당시 84㎡B타입은 36.7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현재 전체 1856가구 중 펜트하우스를 포함한 24가구만이 남아 있어 분양률은 98.71%로 집계됐다.
분양가는 원자잿값 급등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이 계속되면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지난달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575만 5000원으로 전월보다 0.62% 상승했다. 서울은 1376만 3000원으로 전월 대비 2.75%나 올랐다. 수도권 전체(875만 2000원)로는 1.97% 상승 폭을 나타냈다.
여기에 다음 달 말부터 적용되는 제로에너지 건축물(ZEB) 설계로 인한 추가 분양가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등급(100% 이상)에서 5등급(20% 이상)으로 등급이 나뉘며, 5등급에 해당하는 자립률(13~17% 이상)을 충족하려면 고성능 단열재·고효율 창호·신재생에너지 설비 등의 설치가 필요하다. 대한건축학회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5등급 기준을 충족하려면 공사비가 기존보다 26~35%가량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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