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부터 병역판정 검사에 도입된 질량분석기가 공정성·정확성 개선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범죄 현장, 스포츠 경기에서의 활약상이 새로운 분야로 전파된 셈이다.
28일 병무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질량분석기 도입 후 지난 3월까지 8개월 동안 약 2200건 이상의 약물농도 검사가 시행됐다. 검사량은 이전 대비 3배 이상 늘었지만 소요 시간은 최대 27일까지 단축됐다.
질량분석기는 범죄 현장의 독극물 분석, 스포츠 도핑검사, 질병 연구 과정에서의 신약 성분 확인 등에 쓰여 온 고정밀 장비다. 혈액 내의 극히 미미한 성분까지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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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의 병역판정검사 과정에서는 소변 검사가 일반적이었다. 이를 통해 특정 약물을 복용했는지 유무를 판별(정성 약물농도검사)했다. 그러나 수검자의 혈액을 검사하는 질량분석기 덕에 혈액 내의 특정 약물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해당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하고 있는지까지 확인 가능(정량 약물농도검사)해졌다. 예를 들어 우울증 등 질환을 앓고 있는 수검자가 처방약을 성실히 복용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검사 기간이 단축되면서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지방병무청 검사 대상자들의 부담과 대기시간도 줄었다.
중앙병역판정검사소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담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한 전문의는 “질량분석기를 활용한 검사 결과는 혈중농도 등 정량적 수치로 제공돼 의무기록 등과 함께 분석된다"며 “단순 판정을 넘어 수검자의 약물치료 이행 여부와 건강 회복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병역면탈이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 신속하고 과학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 병역판정검사 과정 중 수검자 진술의 신뢰성을 교차 검증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병무청 관계자는 “앞으로 질량분석기를 통한 정밀 분석에서 한발 나아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에 기반한 체계를 갖출 것"이라며 "보다 과학적이고 투명한 병역판정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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