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전력 직공급을 확정하며 울산에서 추진 중인 ‘100㎿급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첫 단추를 끼웠다. 안정적인 전력 확보라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의 대전제가 해결되면서 데이터센터 사업을 총괄하는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해외 빅테크 유치 계획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SK AX가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부서를 신설하면서 그룹 내 AI 사업을 위한 조직 정비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30일 울산시와 SK그룹 등에 따르면 최근 SK텔레콤의 100% 자회사가 된 SK브로드밴드는 2027년을 목표로 울산시 남구 황성동에 100㎿급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해당 사업지는 SK계열사가 밀집한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로, 현재 SK멀티유틸리티는 이 지역에서 열병합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SK브로드밴드는 추후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기를 해당 발전소를 통해 공급받을 계획이다.
울산 AI데이터센터는 SK텔레콤의 ‘AI 피라미드 2.0’ 전략에서 물리적 기반이 되는 핵심 시설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올해 초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하이퍼스케일급 AI 데이터센터를 비수도권 지역에 설립하는 사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하이퍼스케일급’ 사업 모델의 핵심으로, GPU 기준 총 6만 장을 공급하는 대용량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당시 유 대표는 글로벌 빅테크 등 수요가 큰 기업과 협업한다는 전략을 소개하기도 했다. 글로벌 빅테크와 손잡고 데이터센터의 자원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력의 안정적 공급과 비용 절감은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수익성에 직결되는 대전제다.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수익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AI 데이터센터가 세워질 부지와 가까운 지역에 위치한 SK멀티유틸리티로부터 전력을 직접 공급받는다면 전기요금 협상력을 높이고, 장기적인 비용 예측 가능성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SK텔레콤이 미래 핵심 먹거리로 선정한 데이터센터 사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 그룹 내 데이터센터 사업은 SK텔레콤이 총괄하고 있으며 최근 SK텔레콤의 100% 자회사가 된 SK브로드밴드가 그룹 내 8개 데이터센터를 모두 운영하면서 실질적 관리 주체가 됐다. 울산 AI 데이터센터가 가동을 시작하면 SK브로드밴드는 9개 센터를 보유하게 된다.
AI 데이터센터의 설계·운영은 SK AX가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SK AX는 최근 기계·전력·설비(MEP) 사업추진팀을 신설하고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다만 SK AX가 MEP 사업을 직접 진행하기보다는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해 설계 및 발주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성능 AI 인프라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의 협업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구체적인 협력 방식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울산 AI데이터센터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국내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은 2023년 2292억 달러에서 2034년 7757억 달러로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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