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하게 되면 ‘꼭 성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클 텐데 성공에 앞서 먼저 찾아오는 게 위기입니다.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워둬야 합니다.”
치킨 브랜드 ‘롸버트치킨’을 운영하는 푸드테크 기업 로보아르테의 강지영 대표는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취업이 힘들다 보니 많은 청년들이 창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데 자신 있는 아이템이 있다면 창업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 있더라도 반드시 위기가 찾아온다는 것을 명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마련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증권사와 벤처캐피털(VC)에서 근무했던 강 대표는 2018년 조리로봇을 생산·판매하는 로보아르테를 창업했다. 매장 크기에 상관없이 조리로봇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창업자들의 인건비 부담을 덜면 창업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어 2020년 로봇으로 닭을 튀겨 혼자서도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치킨 브랜드 롸버트치킨을 출시하고 직영 1호점을 오픈했다. 그는 “VC에서 투자 심사를 담당하면서 로봇 관련 스타트업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며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바리스타로봇과 같은 외식·요리 분야에서 로봇이 많이 개발되고 있는데 국내에는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아 이를 사업화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창업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첫 난관은 창업 비용이었다. 요리하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세웠지만 연구·개발·제조 분야에 뛰어들려 하니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 정부 지원을 받아 첫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강 대표는 “창업을 결심한 뒤 투자자를 찾아다녔는데 조리로봇에 관심을 갖다가도 실제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보니 선뜻 투자하겠다는 곳이 많지 않았다”며 “다행히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의 도움으로 창업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한국벤처투자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은 로보아르테는 이후 프리 시리즈A 투자(네이버 등)와 시리즈A(IBK기업은행 등) 등을 잇따라 받았고 2022년 10월 롸버트치킨의 가맹사업을 시작했다.
로보아르테의 조리로봇이 꾸준히 판매되고 롸버트치킨도 차별성을 앞세워 국내는 물론 미국과 멕시코·필리핀까지 진출했다. 순항할 것 같았던 롸버트치킨의 위기는 외부에서 찾아왔다. 야심차게 오픈한 롸버트치킨 미국 뉴욕점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강달러 기조 속에 올해 초부터 경영이 악화했다. 이에 강 대표는 뉴욕점을 폐쇄할 때 하더라도 로보아르테의 조리로봇을 제대로 홍보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뉴욕점을 찾는 고객들에게 치킨 자체만 선보이지 않고 로봇으로 닭을 튀긴다는 점도 강조하고 또 이를 적극 홍보했다”며 “뉴욕은 전 세계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인 만큼 우리의 로봇이 입소문을 타고 유럽 등지에 알려지면서 영국에서도 로봇 제작 주문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영국과 독일의 일부 편의점에서는 로보아르테의 로봇을 구입해 튀김을 선보이고 있다고 한다.
창업을 고민하는 예비 창업자들을 향해 강 대표는 위기 대처 능력을 키우는 것 외에도 “사장은 월급을 주는 사람이라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창업을 하면서 가장 부담을 느낀 것 중 하나가 직원들의 월급이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할 때도 가맹점주의 이익을 최우선시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강 대표의 올해 목표는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에 로보아르테를 상장시키는 것이다. 치킨 브랜드 간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보니 롸버트치킨의 브랜드 인지도와 차별화 요소가 부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 가능성을 바탕으로 투자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조리로봇을 일반 가정에서 쓸 수 있도록 소형화하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회사를 상장시켜 자금을 확보하면 장소의 규모에 상관없이 조리로봇을 도입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로봇을 활용해 창업 시장은 물론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것이 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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