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방위산업 투자에 나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의 방위력 증강을 촉구한 가운데 군사 및 방위산업 역량을 키우고 이를 통해 러시아의 위협에 맞선다는 구상이다.
1일(현지 시간)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총리는 △공격형 잠수함 확대 △핵 억지력 강화 △7000기의 국산 장거리 무기 확보 △군 주거 환경 개선을 골자로 한 ‘전략적 방위 재검토(Strategic Defence Review)’ 보고서를 2일 발표한다. 로이터통신은 스타머 총리가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영국군이 전투 준비 태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보면 영국은 독자 핵탄두 프로그램 개발에 150억 파운드(약 28조 원)를 투입한다. 이와 함께 차세대 공격형 핵추진잠수함 12척을 새로 건조해 현재 7척 규모의 함대를 2030년대 후반까지 대체하기로 했다. 새로 건조되는 잠수함은 핵 추진 방식이지만 재래식무기를 탑재하는 공격형 플랫폼으로, 핵무기를 장착한 전략잠수함과는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핵탄두·잠수함 사업을 통해 2030년대까지 추가로 3만 개의 고숙련 일자리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 자국산 장거리 무기 최대 7000기를 조달해 전력을 증강하고 약 800개의 방위산업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또 군 거주 시설 정비에 15억 파운드, 사이버 전력 강화에 10억 파운드를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스타머 총리는 더선에 보낸 기고문에서 “크렘린(러시아)은 이란·북한과 협력하고 있다”면서 “이번 보고서가 향후 수십년간 영국의 역량과 안보를 위한 청사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존 힐리 국방장관도 BBC에 “이것은 모스크바에 보내는 메시지이자 필요하면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략적 방위 재검토는 스타머 총리가 지난해 7월 집권한 뒤 처음 지시한 작업이다. 국방장관을 지낸 조지 로버트슨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주도해 62개 권고안을 담았으며 정부는 이를 전면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머 총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압박해온 ‘국방비 지출 확대’와 관련해서도 수치를 2027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5%로, 장기적으로는 3% 수준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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