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8.27%포인트 차이로 참패했다. 국민의힘은 보수 정당 사상 역대 두 번째 큰 격차로 대선에서 패배해 소수 야당으로 전락했고, 정권의 주류는 보수에서 진보로 3년 만에 조기 교체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 선포와 탄핵,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실패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다. 그나마 보수층의 본투표 대거 참여로 이 후보의 과반 득표율을 막고 김 후보의 득표율을 40% 이상으로 올린 것은 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생존의 기로에 놓였는데도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 의지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당내 의원들은 친윤계(친윤석열), 비윤계(비윤석열), 친한계(친한동훈) 등으로 갈려 대선 패배 책임을 떠넘기면서 당권 싸움에 나서고 있다. 친한계는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끊지 못하고 친윤계가 당을 폐쇄적으로 운영해 대패했다”면서 비상대책위원장과 친윤계 원내대표 등의 사퇴와 새 지도부 선출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친윤계는 이번 대선에서 김 후보 적극 지원에 나서지 않은 친한계 등을 겨냥해 “적이 아니라 내부를 겨냥해 싸우는 모습은 사라져야 한다”고 맞받으면서 비대위 체제 일단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에 회초리를 든 민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계엄 선포와 비민주적 당 운영에 책임이 있는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고 뼈를 깎는 전면 쇄신에 나서라는 것이다.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하고 대선 후보 교체 파동을 일으킨 친윤 지도부는 정치적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한다. 국민의힘이 말로만 쇄신을 외칠 게 아니라 무사안일 행태 등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환골탈태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민심의 경고를 무시하고 당권에 눈이 어두워 계파 싸움만 벌인다면 유권자들로부터 더 멀어지게 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경제·민생 살리기 실용 정책에 협력하면서도 정권의 독주에 대해서는 견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건강한 소수 야당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경제·안보 분야에서 촘촘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초당적으로 협력하면서 유능하고 합리적인 보수 정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반면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 등 삼권분립 훼손 움직임이 있다면 분명히 제동을 걸어야 할 것이다. 보수 가치를 재정립하고 정부·여당에 대한 협조와 견제 등 야당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도태되지 않고 공당으로 살아남아 향후 지방선거와 총선 등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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