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5일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민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체제 정비 시간을 최대한 줄이겠다”며 민생 경제 회복의 속도전을 주문했다. 같은 날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는 대형 인재(人災) 발생 시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강도 높은 조처도 예고했다. 당분간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들과의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직 기강 확립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틀 차인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첫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새 정부 장관 인선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만큼 이주호 국무총리 직무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각료들이 회의에 참석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위성락 안보실장 등 전날 임명된 대통령실 비서진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정권이 교체되는 어수선한 시기인 점을 고려해 국정 연속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하는 대리인”이라며 “여러분들이 매우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공직에 있는 그 기간만큼은 국민을 중심에 두고 각자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저로서도 아직 체제 정비가 명확해지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데 그 시간 동안에도 우리 국민은 어려운 상황에서 고생을 한다”며 “최대한 그 시간을 줄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현재 대다수 국무위원들이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이라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교체되면서 이 직무대행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전날 일괄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 대통령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제외하고는 일단 반려한 상태다. 이들의 사표를 모두 수리하면 국무회의 정족수가 모자라 중요한 결정에 차질을 빚는 등 국정 공백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장관 인선은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대통령이 차관급 인사를 먼저 서두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경제 관련 부처의 보고 위주로 진행된 첫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행정 편의주의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했다. 국토교통부에는 해양수산부의 빠른 부산 이전 준비를 지시했고 산불 재해 예방에 대한 행정안전부와 산림청의 협업을 요청했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친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앞세워 공직 기강 다잡기에도 나섰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진행된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 “제가 성남시장을 하면서 재난·재해 관리 업무를 할 때 똑같은 지점에서 똑같은 유형의 사고가 계속 발생해서 확인을 해봤더니 조금 더 신경 쓰거나 대비하면 대체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들이었다”며 “국가 또는 공무원들의 무관심·부주의, 이런 것들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집단 참사를 겪는 일이 절대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부주의·무관심으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이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경제·민생 회복을 위한 실무 차원의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이 대통령은 첫 행정명령으로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직접 주재해 적극적인 경기·민생 진작 대응과 리스크 관리를 관련 기관에 주문했다. 또 “작고 세세한 발상이나 입법적 요구 사항이 있다면 직급과 무관하게 언제든 제안해달라”며 경제 부처 실무자들에게 개인 전화번호를 알려주기도 했다.
전 정부의 인사 조처로 대통령실을 떠났던 직원들은 이 대통령의 복귀 명령 하루 만에 대부분 돌아왔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 첫 인선 발표에 앞서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 필기도구 제공해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고 황당무계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하면서 전 정부 대통령실에서 일한 공무원 전원의 복귀를 지시한 바 있다. 이에 개인적 사유로 복귀하지 못한 소수를 제외한 직원 전원이 정상적으로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임 정부가 인수인계를 하지 않은 것은 범죄 행위’라고 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그렇게 느끼는 건 대부분 국민의 감정이 아닐까 싶다”며 “국민적 판단이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명한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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