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K-뷰티의 질주가 거침없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K-코스메틱 붐이 오프라인 유통채널까지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 관세에 따른 타격도 상쇄하며 미국 시장 진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10대 사이에서 입 소문을 탄 화장품 브랜드들을 소개하며 해당 브랜들이 미국 주요 유통채널과 입점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쿠션 파운데이션이 주목받은 TIRTIR(티르티르), 미스트 세럼으로 유명한 d'Alba(달바) 뿐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 난 Beauty of Joseon(조선미녀), Torriden(토리든) 등의 브랜드들이 세포라, 울타뷰티, 타깃, 코스트코 등 미국 주요 유통채널과 입점 협의를 진행 중이다.
안병준 티르티르 대표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BTS(방탄소년단)와 ‘기생충’, ‘더 글로리’ 같은 K-컬처가 이미 미국 내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끌어올려놨다”며 “품질 좋고 가격까지 합리적인 K-화장품이 자연스럽게 미국 유통 시장에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티르티르의 쿠션 제품은 올해 여름 미국 울타뷰티 매장에 입점이 확정됐으며 현재 미국 내 매출을 두 배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中 부진 돌파할 새 시장…관세도 못 막는 인기
한국 화장품 기업들의 미국 진출 속도가 빨라진 것엔 뚜렷한 배경이 있다. 최근 중국 수출이 지지부진한 데 반해 미국 시장에서는 틱톡 등 SNS를 통해 제품이 ‘입소문’만 타면 순식간에 글로벌 히트 상품이 되는 환경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아누아, 메디큐브, 바이오던스 등의 브랜드들이 이같은 방법으로 미국 내 히트를 쳤다.
강력한 수요 증가도 한몫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미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한국 브랜드 상위 5개사의 매출은 소비자 수요 급증에 힘입어 최근 2년간 평균 71% 성장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로레알 파리, 디올, 랑콤 등 프랑스 상위 5개 브랜드의 15% 성장을 크게 압도했다. 그 덕에 한국은 지난해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에 가장 많은 화장품을 수출한 나라가 됐다.
관세 타격도 흡수한 ‘K-코스메틱’, 다음 스텝은?
관세 타격을 이겨낸 K-뷰티 기업들의 또 다른 무기는 고(高)마진 구조에 있다. 대부분의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체에 생산을 맡기며 원가를 낮추고, 브랜드 마케팅과 유통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달바는 “타사보다 관세에 대한 충격 흡수력이 크다”며, 관세 인상이 실적에 결정적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달바는 지난달 상장 이후 주가가 2배 이상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증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매장 확대 없이는 K-뷰티의 장기 성장도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화장품 유통업체 실리콘2의 김재선 대표는 “미국 고객은 여전히 매장에서 직접 테스트하고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기 위해선 반드시 오프라인 확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1위 H&B(헬스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도 올 하반기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첫 매장을 낼 계획이다. 진세훈 올리브영 글로벌 플랫폼 부문 부사장은 “캘리포니아는 온라인 해외직구 고객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며 “관세는 부담이지만 K-뷰티의 인기와 가성비를 해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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