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9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취임 후 첫 전화 통화를 하고 한미일 협력의 틀을 만들어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약 25분간의 통화에서 “한일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의 도전 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상호 존중과 신뢰, 책임 있는 자세를 바탕으로 보다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관계를 만들어나가자고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정상 간 전화 접촉을 가졌다.
이 대통령이 중국에 앞서 한미일 협력의 한 축인 일본의 정상과 통화를 가진 것은 국익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먼저 통화하고 나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같은 더불어민주당 정부의 이 대통령이 외교 우선순위 설정에서 문 전 대통령과 차별성을 보인 것은 일각의 ‘친중 정권’ 우려를 불식시키고 안보 정책의 안정감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일부의 ‘죽창가’ 선동 등 반일(反日) 외교는 득보다 실이 훨씬 컸다. 2019년 7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한국에 대한 일본 측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등으로 격화된 한일 양국의 갈등은 쌍방에 경제적 타격을 줬고 한미일 군사 협력에도 차질을 초래했다. 정치적 목적의 반일 외교로 소탐대실하는 실수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
북러 군사동맹 강화와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등으로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서 일본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협력 파트너이다. 수교 60주년을 맞은 한일 양국의 정상 통화를 계기로 ‘트럼프 관세’ 대책 논의 등 양국의 공동 번영과 안보 강화를 위한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우선 강화하면서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도 개선해가야 한다. 초심을 잃지 말고 실용 외교의 새 지평을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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