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블랙핑크의 리사와 가수 리한나 등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증하며 유행시킨 중국 완구기업 팝마트(POP MART)의 캐릭터 인형 ‘라부부(LABUBU)’가 수십 배 웃돈이 붙은 채 거래되며 중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9일(현지시간) 계면신문과 구파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근 한 경매 사이트에서 정가 9000위안(한화 약 170만 원)짜리 라부부 4종 세트가 2만2403위안(한화 약 415만 원)에 낙찰됐다.
또 다른 경매에서는 명품 에르메스 버킨백과 함께 출품된 라부부가 20만3428위안(한화 약 3845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일부 한정판 제품은 정가의 20~30배에 리셀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4년 출시된 라부부 히든에디션의 연평균 수익률은 300%를 넘으며 금 투자 수익률을 압도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금값은 연평균 가격 23% 상승했다.
라부부는 홍콩 출신 네덜란드 거주 아트토이 작가 룽카싱(53)이 북유럽 숲의 엘프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캐릭터다. 긴 토끼 귀, 큰 눈, 뾰족한 이빨 등 무섭고 귀여운 외모를 동시에 지닌 점이 특징으로 젊은 소비자층의 감성을 자극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라부부를 ‘차세대 헬로키티’로 평가했으며 실제로 2025년 5월 기준 구글 트렌드에서 라부부의 검색량은 헬로키티를 앞질렀다.
라부부의 인기는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 중동 등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일본 도쿄 등지에서는 새벽 3시부터 줄을 서는 소비자들이 포착됐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신규 매장 개장 당일 인파가 몰려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영국 런던에서는 쟁탈전 끝에 안전 문제로 인해 판매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국내 반응도 뜨겁다. 7일 네이버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지난달 라부부 검색량은 전월 대비 517% 증가했다. 국내 공식 온라인 스토어는 연일 품절 상태이며 일부 희귀 제품은 중고 플랫폼에서 100만원 이상에 거래되기도 한다.
라부부는 일명 ‘블라인드 박스’ 형태로 판매돼 박스를 열기 전까지 어떤 인형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다. 랜덤성은 소비자의 수집욕을 자극하는 한편 SNS에 언박싱 영상과 피규어 교환 콘텐츠가 쏟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블랙핑크 로제가 SNS에 라부부 키링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너무 귀엽다”고 언급한 이후 이를 따라 하는 '디토 소비(셀럽 따라 하기)'가 확산되며 국내 인기에도 불을 붙였다.
팝마트는 라부부 열풍에 힘입어 지난 1분기 해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0% 급증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900%, 유럽에서는 600% 이상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팝마트는 시가총액 3000억 홍콩달러(한화 약 52조 5000억 원)를 돌파하며 홍콩 증시 상장사 중 27번째 ‘300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창업자 왕닝의 순자산은 약 275억 원으로, 그는 중국 허난성 최고 부호로도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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