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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퇴직금 누진제 요구] 공공기관도 10년전 폐지…통상임금 폭탄 우려

韓경제 고성장기에 만들어진 제도

방만경영 정상화 흐름에 시장서 퇴출

통상임금 맞물려 인건비 급증 불가피

경영 불확실성·내부 갈등 새 불씨로





현대차(005380) 노조가 추진하는 퇴직금 누진제를 두고 회사 내부에서조차 ‘시대착오적 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퇴직금 누진제는 한국 경제의 고성장기에 장기근속을 권장하려 도입됐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퇴출된 제도다. 1999년 정부가 나서서 공공기관부터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요구해 2014년께 대부분의 공기업이 ‘방만 경영 정상화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 제도를 없앴다. 그런데 현대차 노조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의원회의를 열고 퇴직금 누진제 부활 투쟁에 나선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퇴직금 누진제가 최근 변경된 통상임금 법리와 맞물리면 기업 경영에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대법원은 통상임금 3요소(정기성·일률성·고정성)에서 고정성을 삭제하며 11년 만에 법리를 뒤집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휴일·연장·야간근로 수당 등 ‘조건부 상여금’을 퇴직금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 포함시켰다. 여기에 현대차 노조는 올해 주휴수당과 노동절 수당 등 각종 수당까지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퇴직금 누진제까지 관철되면 늘어난 통상임금에 기반해 엄청난 인건비 지출에 직면하게 된다. 현대차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수조 원의 이익이 감소할 위기에 있는데 노조까지 과도한 요구를 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특히 퇴직금 누진제는 노조 내부의 갈등을 촉발할 불씨가 될 수도 있다. 2023년 기준 현대차의 50세 이상 직원은 3만 101명으로 전체의 43.7%에 달한다. 퇴직금 누진제 대상이 되는 연령층이 한꺼번에 퇴직하면 현대차는 큰 비용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지출해야 한다. 퇴직금 누진제 도입 시 장기근속한 근로자들이 젊은 직원들에 비해 단기간에 큰 혜택을 본다.



노조가 요구한 퇴직금 누진제 설계도 장기근속자에 유리하다. 5년 이상 일하면 2개월분의 퇴직금이 가산되지만 25년을 근무하면 6년치 퇴직금이 늘어난다. 5년 차 사원이 동일한 혜택을 보려면 20년을 더 근무해야 한다. 하지만 현대차와 노조가 제도를 유지할지 역시도 장담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대선 정국에서 세대 갈등의 한 원인이었던 ‘국민연금 논란’이 현대차 사업장에서도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과거 정부가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나선 배경에는 연차에 따라 달라지는 퇴직금 때문에 세대 간에 심각한 임금 불균형이 발생하는 문제도 있었다.

현대차 노조는 또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방안도 이번 임단협 협상에서 요구한다. 연차별로 임금이 높아지는 현행 호봉제를 개편하지 않고 정년 연장에 나설 경우 현대차의 인건비 부담은 급증할 수밖에 없고 청년 채용은 축소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업계에서는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퇴직금으로 인한 과도한 비용 상승이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는 최대 수출국인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도 미국 내 차량 판매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가격 인상을 늦추며 비용 증가를 감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단협에서의 과도한 노조의 요구 사항들이 경영에 추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이번 요구안에 대해 “기아(000270)가 시행 중인 퇴직금 누진제를 현대차에도 도입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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