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이나 시술, 수술 등 침습적인 방법 대신, 하루 세끼 식단을 바꾸는 것만으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책이 나왔다.
이영목, 나지훈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신간 '소아청소년 신경질환을 위한 저당지수 식사 가이드'에서 만성 신경질환 환자들이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식사 지침을 국내 실정에 맞춰 정리했다.
소아청소년기 만성 신경질환은 환자마다 증상과 반응이 다양한 데다 표준화된 치료법이 드물다. 그로 인해 식사요법이 약물치료를 보완하는 중요한 치료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저당지수 식사요법(LGIT:Low Glycemic Index Treatment)'은 케톤생성 식사요법의 완화된 형태다. 혈당 지수가 낮은 식품을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해 혈당 변동을 최소화함으로써 신경계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케톤식의 장점을 최대한 추구하면서도 부작용 빈도와 심각성은 현저히 줄여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 쉽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특정 식단을 통해 환자 몸의 에너지 대사 방법을 바꾸어서 신경학적 증상을 개선하고 신경발달을 증진하는 '치료적 식사요법'의 실용서이자 치료 가이드라고 이해하면 된다.
실제 LGIT는 약 20년 전부터 뇌전증, 편두통, 자폐스펙트럼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미토콘드리아 질환 등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진 만성 신경질환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를 통해 긍정적인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책은 총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됐다. 첫 번째 이론편에서는 LGIT의 원리와 과학적 기전을 소개하고, 두 번째 지원 가이드는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환아와 가족이 마주할 수 있는 심리·사회적 어려움과 해결책을 다룬다. 세 번째 실천 가이드에서는 식단 계획과 조리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마지막 레시피 편에는 아이들이 선호할 만한 100여 가지 요리를 수록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저술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외에도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양팀과 사회사업팀, CJ프레시웨이 식품 전문가도 함께 참여했다. 조리 난이도를 낮추고 영양 균형을 고려한 다양한 메뉴가 담길 수 있었던 비결이다. 탄수화물 섭취를 조절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체 식재료를 활용했고 도시락·간식·외식 대체 메뉴까지 수록해 식단 실천의 현실성을 높였다.
나지훈 교수는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단을 만들기 위해 영양팀과 함께 수년간 연구하고 조율해왔다”며 “전문가에게는 임상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치료 지침서로, 보호자에겐 부담 없이 식사요법을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안내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목 교수는 "신경질환을 겪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은 약물치료만으로 충분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도 심리적·정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는다"며 "이 책이 '음식'이라는 일상적 매개를 통해 치료의 범위와 접근성을 확장하는 동시에 약물 중심의 치료에만 의존했던 보호자들에게 새로운 돌봄 전략이자 실천 가능한 희망이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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