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랭킹 2위 정지효의 첫 날 스코어는 전반 9홀 1오버파, 후반 9홀 1오버파로 2오버파 74타다. 썩 좋지는 않지만 얌전하고 평범한 스코어라고 여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요동쳤는지 기가 막힐 정도다.
12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DB그룹 제39회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 가장 어렵게 세팅하는 메이저대회답게 코스는 선수들을 바짝 긴장시켰다.
오전 일찍 출발한 정지효의 시작은 무난했다. 10번 홀로 출발해 12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곧바로 13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며 이븐파로 돌아갔다. 잔잔한 파도 같던 스코어카드가 16번 홀부터 요동쳤다. 15번 홀 이후 파가 다시 나온 건 마지막 9번 홀이다. 무려 11개 홀에서 파를 1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6번과 17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은 정지효는 2언더파를 기록하면서 잠깐 선두권으로 치고 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지옥과 천당’이 번갈아 기다리고 있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18번 홀(파4)에서 트리플보기가 나왔다. 티샷이 오른쪽 러프로 향했고 두 번째, 세 번째 샷으로도 러프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결국 네 번째 샷으로 공을 페어웨이로 빼내야 했고 ‘5온 2퍼트’로 한꺼번에 3타를 잃었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오버파로 변했다. 그건 지옥의 문이 막 열렸을 뿐이었다. 1번 홀(파5)에서 다시 트리플보기 나왔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사라지면서 다시 3타를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2번 홀(파4)에서는 티샷을 왼쪽 페널티 구역으로 보내고 더블보기를 범했다. 이어진 3번 홀(파3)에서도 보기가 나왔다. 4개 홀에서 무려 9타를 잃은 것이다.
지옥의 문이 닫히자 이번에는 천국의 문이 열렸다. 4번 홀 버디를 시작으로 5번, 6번, 7번 그리고 8번 홀에서 버디가 쏟아져 나왔다. 마치 로또처럼 5연속 버디가 터진 것이다. 그의 스코어도 7오버파에서 2오버파로 쑥 내려왔다. 9번 홀에서 12번째 홀 만에 파를 기록한 정지효는 공동 55위에서 2라운드 컷 통과에 대한 기대를 품을 수 있게 됐다.
이날 정지효의 버디 8개는 출전 선수 132명 중 최다 버디 타이였다. 7언더파 65타를 치고 단독 선두에 나선 유현조는 버디 8개, 보기 1개를 기록했고 6언더파 66타를 기록한 유지나는 버디만 6개를 잡고 단독 2위에 올랐다. 버디 6개, 보기 1개를 기록한 이다연이 단독 3위에 올랐고 ‘버디 폭격기’ 고지우와 장타 1위 이동은 그리고 신인 랭킹 3위 서지은이 4언더파 68타를 치고 공동 4위에 올랐다. 3언더파 69타를 친 ‘돌격 대장’ 황유민은 지난해 챔피언 노승희 등과 함께 공동 7위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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