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서는 아름다운 동화가 펼쳐질 것 같은 ‘무지개 언덕(레인보우힐스CC)’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좁은 페어웨이와 깊은 러프, 곳곳에 숨어 있는 함정들에 선수들의 탄식과 비명이 쏟아졌다.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하는 내셔널 타이틀 대회 DB그룹 제39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2억 원) 얘기다.
12일 대회 1라운드가 열린 충북 음성의 레인보우힐스CC(파72)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코스답게 최고 난도로 무장했다. 페어웨이 폭은 20~25m로 좁고 최장 70㎜ 러프에 그린 스피드는 3.5m에 이른다. 이인식 레인보우힐스CC 코스소장은 “잘 친 샷에는 확실한 보상을, 못 친 샷에는 철저한 징벌을 주기 위해 지난해 최장 55㎜였던 러프 길이를 올해는 70㎜까지 길렀다. 특히 그린 주변 러프 길이로 변별력을 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다연(28·메디힐)은 ‘메이저 사냥꾼’이라는 별명답게 지옥 코스를 요리했다. 10번 홀(파5)에서 출발한 그는 12·14·16번 홀에서 모두 5m 안쪽 버디 퍼트를 넣었고 17번 홀(파3)에서는 티샷을 핀 1m에 붙여 또 1타를 줄였다. 후반 들어 3번 홀(파3)에서 보기를 범했으나 이후 버디 2개를 추가해 5언더파 67타로 첫날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신인왕인 유현조가 7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섰고 이다연은 2타 뒤진 단독 3위다. 2022년 데뷔한 유지나는 노 보기 6언더파로 깜짝 2위다.
이다연은 KLPGA 투어 통산 8승 가운데 3승을 메이저에서 올렸다. 2019년 한국 여자오픈 제패를 비롯해 한화 클래식, KLPGA 챔피언십 우승이 있다. 올해는 시즌을 시작하자마자 타고 가던 차가 추돌 사고를 당해 경추 쪽에 충격을 받았고 이후 기권과 컷 탈락이 이어졌다. 이전까지 8개 대회에 출전해 다섯 번 컷 탈락하고 한 번 기권했다. 경기 후 이다연은 “교통사고 후유증은 벗어났고 아픈 데도 없다”면서 “오늘 경기는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유현조는 지난해 악명 높은 블랙스톤GC에서 열린 메이저 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데 이어 이날도 난코스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4연속 버디 등 버디 8개를 터뜨렸고 보기는 1개로 막았다.
‘루키’들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신인상 포인트 3위 서지은은 전반에 2타를 잃었지만 후반에는 6타를 줄여 4언더파를 적었다. 16번 홀(파5)에서는 이글도 터뜨렸다. 10번 홀에서 시작한 신인상 포인트 2위 정지효는 17번 홀(파3)까지 2언더파로 순항했지만 18번과 1번 홀에서 트리플 보기, 2번 홀 더블 보기, 3번 홀 보기를 범해 순식간에 7오버파가 됐다. 그러나 4~8번 홀까지 5연속 버디를 몰아쳐 2오버파로 마치며 한숨을 돌렸다.
2023년 이 대회 우승자 홍지원은 1번 홀(파5)부터 7온 3퍼트로 한꺼번에 5타를 잃는 퀸튜플 보기를 적어 더블파를 범하는 등 8오버파로 마쳤다. KLPGA 챔피언스 투어를 주무대로 뛰는 홍진주는 트리플 보기 2개와 보기 7개를 쏟아내는 등 12오버파, 국가대표 아마추어 정민서도 8오버파로 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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