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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1명이 10만명 먹여살려… 이공계 1% 뽑아 제 2의 젠슨황 육성” [새 정부에 바란다]

■김영오 서울대 공대 학장

의대 쏠림에 서울대 공대도 100명 이상 이탈

이공계 인재 기를 '실패 용인' 투자 환경 절실

대학 자율성 강화·국가 차원 프로젝트 마련을

김영오 서울공대 학장. 권욱 기자




“교육입국(敎育立國)과 산업입국(産業立國) 정신을 통해 한국은 세계 10위권에 꼽히는 선진국이 됐습니다. 그 교집합에 공학대학이 있고, 공대가 수월성 교육을 통해 길러낸 혁신 인재가 있었습니다”

김영오(59) 서울공대 학장은 1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공과대학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뒤처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 이공계 ‘천재’를 키워낼 수 있는 수월성 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젠슨 황처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 인재가 나와야 한다"며 "공학도들의 꿈과 열정을 키울 수 있도록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천재 1명이 10만 명을 먹여살리는 시대에서 1~2명만 세상을 바꾸는 인재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성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공계 인재 양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 서울대에서도 시급한 화두다. 의대 증원과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서울공대는 이미 홍역을 겪었다. 기초 과학·수학 실력이 부족한 학생이 늘어나는 등 실력 편차도 심화하고 있다. 서울대 학생처장과 법인추진단 부단장 출신을 역임한 김 학장이 공대 학장에 도전한 것도 공대가 목도한 현실을 전하고 미래 인재상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김 학장은 “시험을 보고 1등부터 차례대로 서울대에 들어오는 시대는 끝난 지 오래”라고 평가했다. 후발주자로 문을 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광주과학기술원(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4개 과기원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의대 쏠림 현상까지 불거지면서 서울공대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김 학장은 “서울공대에 850명 입학하면 750명 이하로 졸업하는 상황은 이공계에 2배의 피해를 준다”면서 “서울대에는 일반 편입학 제도가 없어 빈 자리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새 정부가 들어선 가운데 김 학장은 이공계에서 실패를 용인하는 도전적 환경이 갖춰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한국형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프로그램의 도입을 통한 국가 책임 AI 인재 양성 의지를 천명했다. 이에 대해 김 학장은 이공계 인력의 정당한 보상 체계 마련 및 창업 촉진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의사와 견줄 수 있는 이공계 인재의 (경제적인) 성공은 창업”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투자 실패를 완화하는 등 창업을 도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대학 차원에서는 ‘공대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자율성이 필요하다는 게 김 학장의 시각이다. 그는 “의대와 공대는 인재상이 전혀 다르다”라면서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로 가는 건 어느 정도 가능한 문제라고 본다. 다만 입시 과정에서 공대에 맞는 학생을 뽑을 수 있도록 대학에 유연성을 제공해달라는 말”이라고 했다. 실제로 현 대입 제도상 제출된 학생의 자기소개서를 읽고 전공과 관련된 학생의 준비 과정과 성취를 평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입 과정과는 별개로 중국의 ‘천인계획’처럼 한국판 혁신 인재를 키우는 방안도 언급했다. 서울공대는 ‘세상을 바꿀 혁신 인재(EXCEL·엑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학부 2학년 학생을 40명 선발해 2000만 원의 장학금을 주고, 함께 연구를 진행할 교수에게 1000만 원을 수여해 총 3000만 원으로 학생·교수 연구 그룹을 형성하는 게 프로젝트의 뼈대다. 김 학장은 “국가적으로 프로젝트를 키운다면 이공계 혁신 인재 평가원을 만들어 대입과 별개로 이공계 입학생 1%(1000명)을 선발하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 인재의 기반에는 탄탄한 기본기가 있다. 그러나 통합형 수능의 출범 등 교육 제도가 변화하며 대학가는 기초 학력 편차가 심화되는 문제를 체감하고 있다. 김 학장은 “학생들의 기초 학력이 부진하더라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배운 것에 불과하다"면서 "가능성을 보고 인재를 뽑고 그들이 섣불리 낙담하지 않도록 자긍심을 안겨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맞춤형 교육을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의 교육 행정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학장의 제언이다. 최근 서울공대는 10명의 교수들이 16개 강좌에서 AI 솔루션을 활용해 교과목을 운영하는 시범 사업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데이터를 추출한 뒤, 서울대 전자 학습 서비스(eTL)에 연결해 학교 전체로 서비스를 확장하려는 계획이다. 김 학장은 “학생들의 질문 데이터를 쌓는 과정을 충실히 한다면 맞춤형 교육을 효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공대가 바라 보는 인재상은 수월·융합·창의다. 김 학장은 세계 각국의 인재 유치전이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서도 “인재 양성을 위해 타 국가를 무작정 따라할 필요성이 없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그는 “신입생 시절부터 서로 소통하면서 융합하고, 난제를 정의할 줄 알고 몰입해서 풀어나가는 공대만의 창의성을 키운다면 우리가 하는 것들이 최초이지만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오 서울대 공과대학장은

1966년 서울 출생.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신시내티 대학에서 1991년 공학석사를, 미국 워싱턴 대학에서 1996년 수자원공학 박사 학위를 땄다. 미 항공우주국(NASA) 국제 수문학 및 기후센터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낸 뒤 2012년부터 서울대 공과대학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학생처장과 법인설립추진단 부단장,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상임대표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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