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교육청이 주최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헌법 강연을 두고 울산시의회가 정치적 편향을 문제 삼으며 강연 철회를 요구해 파장이 일고 있다.
문 전 대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당시 헌법재판관 7인과 함께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린 인물이다. 그는 최근 전국 각지를 돌며 헌법 강연을 이어오고 있으며, 오는 25일에는 울산시교육청의 초청을 받아 ‘헌법의 관점에서 교육을 생각하다’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11일 울산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문 전 재판관이 “사회적 논란의 인물”이라며 강연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교육청이 편향된 인사를 초청해 논란을 자초했다”며 “교육청이 강연을 강행할 경우 예산 삭감 등 조치를 하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울산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특히 문석주 의원(국민의힘 소속)은 문 전 대행을 “극좌”라고 지칭하며 “공수처 합헌, 4대강 소송 적법 판결,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라는 이유를 들어 강하게 비판했다. 또 강연 공지가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였다는 점을 거론하며 정치적 의도를 의심했다.
시민단체와 교육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내란청산·사회대개혁 울산운동본부’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부에서 많은 심의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을 마치 문형배 전 재판관이 내린 것처럼 오도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청 예산 삭감을 암시하는 행태는 아이와 학생들의 교육마저 볼모로 잡고 위해를 가하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전교조 울산지부 역시 성명을 통해 "(문 전 대행을) 정치적 논란의 인물로 보는 건 의원 개인의 정치적 해석에 불과하다"고 규탄했다.
울산시의회 손근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소속)은 "윤 전 대통령 파면은 헌법재판관 전원이 내린 헌법적 판단이었다"며 "(울산시의회가) 탄핵 분노를 교육청에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울산시교육청은 별도의 입장 표명 없이 예정대로 25일 오후 3시 대강당에서 강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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