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새로 지어지는 민간 아파트는 기존보다 강화된 에너지 성능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는 가구 당 에너지 비용이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5~6년 내 추가 공사비를 상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 추산보다 더 많은 공사비가 필요해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 건설기준’(이하 건설기준)을 개정하고 30일부터 시행한다고 18일 밝혔다. 건설기준 개정안은 30가구 이상 공동주택을 만드는 민간 사업자는 ZEB(제로에너지건축물) 5등급 수준의 에너지 성능을 충족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ZEB는 재생에너지 활용 정도와 에너지 성능 수준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나뉜다. 5등급은 에너지 자립률이 20% 이상~40% 미만으로 가장 낮다.
이미 공공 부문은 2023년부터 ZEB 5등급 인증이 의무화돼 아파트 면적 1㎡가 1년간 쓰는 에너지 양을 90㎾h 미만으로 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민간 부문에 이 제도를 적용하려 했지만 건설업계 의견을 수용해 시행 시기를 1년 6개월 유예했다. 정부가 시행을 더 늦추지 않기로 하면서 이달 30일 이후 사업시행 승인을 신청하는 민간 공동주택은 1㎡당 1년 에너지 사용량을 100㎾h 미만으로 맞춰야 한다. 다만 정부는 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에너지 자립률을 5등급(20% 이상)보다 낮은 13~17%로 요구하기로 했다.
민간 사업자는 별도의 ‘시방 기준’에 맞춰 개별 자재의 에너지 성능을 높여 최종적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낮추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국토부는 창문 단열재와 강재문 기밀성능 등급을 기존 2등급에서 1등급으로 높이고, 1㎡당 조명 밀도를 기존 8W에서 6W 이하로 낮추는 등의 시방 기준을 마련했다.
정부가 요구하는 기준을 적용할 경우 공사비는 전용면적 84㎡의 경우 가구 당 130만 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ZEB 5등급을 적용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아파트 건설 비용을 정부가 분석한 결과다. 정부는 가구 당 에너지 비용이 연간 22만 원 가량 절감되기 때문에 5~6년이면 늘어난 공사비를 회수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의 예상보다 공사비가 더 많이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단순 자재비를 제외하고 시공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을 포함하면 가구 당 추가 공사비가 300만 원은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중견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건설사들은 공공 공사를 많이 수행하기 때문에 정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기술, 요령들은 이미 갖춰둔 상태”라면서도 “다만 공사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건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은 앞다퉈 에너지 절감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이러한 여력이 없는 중소 업체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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