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를 향한 유럽연합(EU)의 정책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구글에 대한 ‘역대 최고 규모 과징금’이 그대로 부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일론 머스크의 엑스(X·옛 트위터)에 대한 새 조사도 착수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빅테크 규제를 대표적인 ‘비관세 장벽’으로 꼽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음에도 EU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다.
1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사법재판소(ECJ)의 줄라아네 코콧 재판연구관이 구글이 제기한 41억 유로(약 6조5000억 원) 규모 반독점 과징금 상고를 기각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놨다. ECJ는 유럽 최고법원이다. 그는 의견서에서 “구글은 안드로이드 생태계 내에서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구글 검색을 사용하는 구조를 만들었고 자사 서비스 개선을 위한 데이터에도 접근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연구관 의견은 최종 판결이 아니고 구속력도 없다. 하지만 최종 판결의 ‘근거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구글에게는 불리한 신호다. 구글은 “법원이 이 의견을 따를 경우 투자 위축과 안드로이드 사용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최종 판결은 수개월 내 나올 전망이다. 이 소송전은 2018년부터 진행된 것이다. 당시 EU 집행위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OS) 지배력을 바탕으로 구글 앱 설치를 강요했다며 43억40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구글은 소송을 제기했으나 EU 일반 법원이 과징금을 5% 줄이는 결정을 내놓는데 그치자 다시 상고에 나섰다.
같은날 블룸버그는 EU 집행위가 머스크의 엑스 인수 합병 과정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올 3월 엑스를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에 매각했다. 당시 엑스는 330억 달러, xAI는 800억 달러로 평가됐다. 사실상 xAI가 엑스를 흡수한 형태다. 블룸버그는 “EU 집행위가 xAI가 엑스를 아래에 둔 구조에 대한 새 질문지를 보냈다”며 “잠재적 과징금 규모에 끼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조사”라고 전했다.
EU가 빅테크 견제를 위해 도입한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서비스법(DSA)은 글로벌 매출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한다. 때문에 기업 구조와 규모에 따라 과징금에 차이가 생긴다.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DSA는 불법 콘텐츠나 허위 정보에 대한 조처가 미흡할 시 글로벌 매출의 최대 6%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EU 집행위는 “엑스 기업 구조 변화와 함께 다른 주요 플랫폼들의 변화 역시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이런 변화는 현재 진행 중인 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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