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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상 첫 이란 본토 공습…트럼프 "다음은 훨씬 강력할 것"

[美, 이란 핵시설 공격]

임기내 핵보유 우려에 결단 내려

이란 불복 땐 '힘으로 대응' 천명

트럼프 지상군 투입은 없다지만

후티반군 등 테러땐 확전 불보듯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백악관 '워룸(War Room)'에서 미군 폭격기가 이란 포르도 핵시설에 벙커버스터를 투하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핵 협상을 위한 ‘외교의 시간’ 대신 전격 공습을 선택하면서 중동 정세는 중대 갈림길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대응 여부에 따라 추가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이란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확전으로 이어질지, 극적으로 조기 종전을 이룰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대국민 담화에서 이란 핵시설 3곳을 공습한 이유에 대해 “이란은 지난 30년 동안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고 외쳐왔다”며 “그들은 급조폭발물로 우리 병사들의 팔과 다리를 날려왔고 우리는 1000명 이상을 잃고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이 그들의 증오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란의 실질적 위협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이란의 핵 농축 역량을 파괴하고 세계 최고의 테러 지원국이 제기한 핵 위협을 중단시키는 것이었다”며 “이번 공급은 놀라운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이날 이란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향후 2주 내 이란에 대한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1979년 이란 혁명으로 반미 정권이 들어선 후 미국이 이란 본토를 직접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2주’라는 기간이 이번 기습 공격을 위한 연막 작전이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이뤄진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과정에서 일찌감치 외교적 해법이 먹힐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격 가능성을 알린 후인 20일 진행된 독일·영국·프랑스와의 핵 협상에서도 우라늄 농축 기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고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임기 내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정서적 유대가 강한 이스라엘이 지원 요청을 거듭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완전한 협력 하에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했다”며 “작전이 완료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며 공조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기습 공습은 가뜩이나 불안한 중동 정세를 뒤흔들며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정세에 심각한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공습을 계기로 이란 측의 신속한 핵 포기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이란은 오히려 핵 개발 지속과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이란 원자력청(AEOI)은 이날 “적들의 사악한 음모가 핵 순교자들의 피로 이뤄진 이 국가 산업(핵) 발전의 길을 멈추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위대한 이란 국민에게 확언한다”고 밝혔다.

이란이 22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를 향해 미사일 공습에 나선 가운데 아파트 단지 폭격 현장에 소방관과 구조대원들이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미국이 또다시 ‘중동의 수렁’에 발을 들이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라크전쟁이 종전된 지 14년 만,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한 지 4년 만이다. 실제로 그간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란과 전면전을 벌이게 되면 이라크전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의 영토는 이라크의 약 네 배이며 인구도 두 배에 달한다. 미국은 2003년 대량살상무기(WMD)를 빌미로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을 몰아냈지만 끝내 WMD를 찾지 못했고 8년간의 전쟁으로 엄청난 인적·물적 희생을 치러야 했다. 결국 미국은 2011년 군을 철수했지만 이후 중동은 극단주의 이슬람단체 ‘이슬람국가(IS)’의 준동으로 더 큰 혼란에 빠져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지상군 파병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발을 깊이 담그지 않고 핵시설만 폭격함으로써 ‘치고 빠지려는’ 전략으로 읽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란이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공격하거나 미국 국적 민간인을 향해 테러를 자행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상군을 투입하는 등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저항의 축’인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는 “핵시설 파괴는 전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치고 빠지는 시대는 지났다”고 경고한 배경이다.

미국 내부의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이란에 대한 직접 타격을 저울질하면서 보수 성향 논평가 터커 칼슨, 집권 1기 백악관 고문을 지낸 스티븐 배넌 등 일부 트럼프 지지층에서는 미국의 개입이 지지층을 배신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비판해왔다. 집권 여당인 공화당이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지지하고 있지만 공화당의 일부 전쟁 반대주의자와 야당인 민주당의 경우 의회의 승인 없이 전쟁에 직접 개입한 것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어 정치적 논란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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