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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송현] 머스크 혁명, 예고된 파탄

◆임종건 언론인

정부 구조조정 큰 성과없이 무위로

트럼프와 브로맨스 파국, 막말 결별

준비·소통없는 개혁은 실패 확인만





인간관계를 얘기할 때 우리는 흔히 헤어질 때를 보라고 한다. 세계 최강국의 권력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세계 최대 갑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간의 작별 장면에서 그 말을 다시 새긴다. 필자는 머스크가 대선전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트럼프 후보의 유세장 무대에 올라 배꼽이 드러나도록 펄쩍 뛰면서 트럼프를 지지했을 때 저런 관계는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오래가는 관계는 그렇게 드러내지 않는 법이다. 세상은 조용한 관계에는 모르거나 관심이 없고, 깨지는 관계에만 주목한다. 그래서 세상은 온통 깨지는 소리로 시끄럽지만 정작 세상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관계로 지탱된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결별 장면이 가르쳐 주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인간은 이기적 동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돈이나 권력의 크기가 큰 사람 간의 파열일수록 이기적 본성은 더 노골적으로, 더 추악하게 드러낼 수도 있음을 보게 된다. 머스크는 대선 전까지만 해도 다른 기업인들처럼 공화당과 민주당에 보험료 성격의 정치헌금을 해온 보통의 기업인이었다. 그가 대선 때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후 3억 달러의 거액을 공화당에만 제공했다.

그는 돈만 준 게 아니라 유권자를 사로잡을 선거공약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지난해 기준 7조 5000억 달러인 정부 예산에서 2조 달러를 깎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공약을 실현할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세계 최대의 부자가 약속한 것이니 틀림이 없다고 트럼프는 머스크를 열심히 팔았다. 그 덕에 트럼프는 당선됐고, 취임하자마자 머스크에게 정부효율부(DOGE)의 책임을 맡겼다. 장관으로 임명한다고 했으나 공식 직함은 백악관의 ‘고위 직원’이었다. 장관 직함으로는 상원 인사청문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 같자 편법을 쓴 것이다.



정부나 기업이나 효율을 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사람을 자르는 것이다. 머스크는 소셜미디어 트위터(현재의 X)를 매수해서 구조조정을 할 때 직원의 80%를 해고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 경험을 정부 구조조정에 적용했다. 어느 나라든 정치인들의 선심 정책의 결과물인 복지 예산에 누수가 가장 많다. 머스크가 제일 먼저 없앤 기구가 대외 원조를 관장하는 국제개발처(USAID)였다. 억만장자인 트럼프와 머스크의 예산 삭감이 세계 최약자 구호 예산으로 시작됐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20만 명에 이른 연방공무원 대량 해고의 주 대상도 임시직이나 하위직이었다. 이런 식의 잔챙이 삭감으로 2조 달러 삭감이 물 건너가자 머스크는 목표치를 1조 달러로 낮췄고, 그것의 20%도 안 되는 1700억 달러의 삭감 실적을 달성했다는 자체 평가를 내리고 지난달 30일 DOGE를 떠났다.

원래 DOGE의 임무는 내년 7월 4일 미국 독립 250주년까지였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결별이 130일 만에 온 것은 정부 구조조정이 의회·행정부·시민사회 등 수많은 이익집단의 저항으로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이별가는 머스크가 먼저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출한 대규모 감세지출법안이 향후 10년 사이에 국가 부채를 3조 달러 이상 늘리는 악법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어렵게 예산을 줄여놓았더니 대통령은 돈을 풀 생각만 한다는 말이다. 머스크는 “내가 아니었으면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졌을 인간이 이런 배은망덕이 어디 있느냐”며 비난했다. 가만히 있을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다. 머스크 회사에 주기로 한 보조금을 안 주는 것이 확실한 예산 감축 방안이라는 치기 어린 주장을 폈다. 끝내는 머스크가 약물중독에 의해 미친 소리를 한다는 막말이 나왔다.

중동 사태와 미국 내의 이민자 시위 사태로 두 사람 사이는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머스크는 자신의 발언이 지나쳤으며 후회한다고 했다. 그러나 둘 사이에 깊게 파인 불신의 골은 쉽게 메워지기 어려울 것이다. 머스크의 미국 정부 구조조정이 성공할 것인지는 세계 모든 나라의 주목 대상이었으나 개혁의 주역 사이의 볼썽사나운 싸움으로 마지막을 장식함으로써 정부 개혁이 지난한 과제임을 새삼 확인시켰다. 치밀한 준비와 국민과의 소통이 생략된 개혁 정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관세 전쟁, 불법 이민자 추방, 중동·우크라이나 전쟁 등 트럼프 행정부의 종잡을 수 없는 여타 정책들이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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